삼풍백화점 붕괴사고 8일째를 맞은 6일 합동구조반은 B동지하3층과 A동
지하2층등에서 8구의 사체를 추가발굴,확인된 사망자수는 1백34명으로
늘어났다.

합동구조반은 이날도 포크레인 7대를 동원,건물잔해제거작업에 나서 4층에
이어 3층 상판을 제거하는 작업을 벌였으나 인명구조작업은 별다른 진척이
없어 실종자가족들의 애를 태웠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지난5일까지 92명의 장례가 치러진데 이어 이날도
희생자 14명의 장례가 서울시내 4개병원에서 가족과 친지,친구등의 오열
속에 치러졌다.

<>.지난 4일 B동 지하2층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숨진채로 발견된 모녀
윤난희씨(27.여)와 이선화양(2)의 이날 오전 강남성모병원 영안실에서
유가족과 친지 외무부직원등 1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

윤씨가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에 다녔던 소망교회 목사 정동석씨(59.현재
삼정교회)집례로 거행된 이날 장례식에서 정목사는 조사를 통해"돈때문에
수많은 희생자들이 생겼다"며 어처구니 없는 이번사고를 개탄.

윤씨의 남동생과 그의 친구들이 하관식예배를 위해 흰색천에 붉은 십자가
가 그려진 윤씨 관과 붉은색 천에 덮힌 선화양의 관을 안치실에 들고
나오는 순간 시어머니 김은영씨(63)가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장례식장이
온통 울음바다가 됐다.

한편 가족들은 통상 두살배기 애기의 경우 관례적으로 화장을 하는 것과는
달리 이들 모녀를 천안 공원묘지에 나란히 묻어주기로 결정,두 모녀가
저승에서나마 외롭지 않게 지낼수 있도록 했다.

<>.인명구조작업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지만 실종자가족들의 불만은 여전.

조카가 실종돼 사고이후 줄곳 시민구조대원으로 현장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는 최봉용씨(49.강남구 신사동)는 "구조작업반간의 연락체계미흡으로
작업이 자주 중단된다"며 사고대책본부의 무성의한 지휘체계를 원망.

최씨는 이어 "직접 구조활동에 나선 사람들이 그리 많지않은데다 그나마
119구조대원과 일부구조대원등을 제외하고는 적극성이 부족해 일반
건축현장인지 구조작업현장인지 도대체 분간이 안된다"며 분통.

<>.사고대책본부는 B동지하에 주차돼있던 차량 총 1백16대를 지상으로
반출, 주인찾기 작업을 시작.

대책본부는 이들 차량의 차적을 일일이 추적,피해자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차를 속히 찾아가줄 것을 요구.

대책본부는 사고당일 지상에 주차됐던 차량은 구조대의 공간확보를 위해
모두 인근 견인회사로 옮겨놓았다며 서울교대강당과 대책본부에서 차량번호
와 보관장소가 적힌 공고문을 현재 게시중이라고 설명.

<>.사고당시 시어머니와 딸과 함께 백화점에 들렀다가 사람들이 급히 뛰쳐
나오는 것을 보고 B동건물로 대피한 탓에 변을 면했다는 이진이씨(28.서울
강남구 대치동)는 대책본부의 전화를 받고 차를 찾아가기도.

이씨는 "사고를 면해 다행이지만 유가족과 실종자가족들에게 죄를 짓는
것같아 그동안 차를 찾아갈 수 없었다"고 저간의 사정을 설명.

<>.시민 자원봉사자가운데 사법시험 준비생도 끼어있어 눈길.

지난 88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사법시험을 준비중인 전인중씨
(40.관악구 신림9동)는 사고발생즉시 현장으로 뛰어와 시민구조대원으로
8일째 맹활약.

그동안 임해진씨등 생존자5명을 구조했으며 사체도 2구발굴하는등 철야로
작업에 나서고있는 전씨는 "공부때문에 한때 집으로 돌아가기도 했으나
사고현장이 자꾸 뇌리에 남아 다시 나왔다"며 "이번주말까지 수습작업을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종차량신고를 위해 이날 사고대책본부를 찾은 안 규씨(30)는 "사실은
차를 찾으려는 것이 아니라 형을 찾고있습니다"고 밝혀 대책본부는 한때
의아한 반응.

확인결과 실종된 차량에 안씨의 형 원기씨(44)가 타고있다는 것.

원기씨는 전세브란스병원 원장인 김춘규씨(67)의 개인운전사로 27년간
일해왔는데 사고당일 5층에서 식사중이던 김전원장가족을 기다리다
실종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김씨 일가족은 백화점붕괴전 긴급대피해 모두 무사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총련 배정기의장은 이날 오전 서울시장 집무실을 방문,조순시장에게
삼풍백화점 사고부상자들을 치료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는데 써달라며
헌혈증서 8천1백40매와 성금을 전달.

배의장은 이날 조시장에게 "전국 대학생들이 보낸 헌혈증서와 성금이 이번
사고로 고통을 겪고 실의에 빠져있는 부상자들과 유가족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