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 창동 '삼성래미안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이현주 기자
서울 도봉구 창동 '삼성래미안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이현주 기자
대표적인 서민 주거 지역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집값이 상반기 반등했다.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집값이 회복하면서 이들 지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집값이 상승했지만 '대세 상승'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출 의존도가 높은 지역이라 추가 매수세가 따라붙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도봉구 도봉동에 있는 '한신' 전용 84㎡는 지난달 25일 6억원에 매매돼 8개월 만에 1억2500만원 올랐다. 이 아파트는 2021년 8월 7억4000만원까지 상승했고, 작년 11월 4억5500만원까지 곤두박질쳤다가 반등한 셈이다.

창동 '삼성래미안' 전용 84㎡는 지난 6월 7억8000만원에 거래를 완료했다. 지난해 3월 11억원까지 올랐던 아파트값은 올해 1월 7억원으로 4억원이 밀렸다. 그러다가 5개월 만에 8000만원 상승하게 됐다.

노원구 하계동 '하계2차현대' 전용 84㎡는 지난달 8억5000만원에 거래돼 지난 2월 최저가(6억7500만원)에 비해 1억7500만원이 올랐다. 물론 2021년 7월 최고가(10억8000만원)과 비교하면 2억3000만원이 떨어진 수준이다. 월계동 '꿈의숲SK뷰' 전용 84㎡는 지난 6월 8억4700만원에 거래돼 지난 3월 최저가(7억5000만원) 보다는 1억원 반등했다. 2021년 9월 최고가(11억원)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서울 도봉구 창동 '주공 3단지' 전경. 사진=이현주 기자
서울 도봉구 창동 '주공 3단지' 전경. 사진=이현주 기자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전용 84㎡는 2021년 11월 8억9000만원 최고가를 찍었다가, 지난 3월 최저가 5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3억원 이상 내려갔다. 지난달에는 6억500만~6억6500만원에 거래되는 등 소폭 올랐다. '꿈의숲해링턴플레이스' 전용 84㎡는 지난달 9억1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2월 8억1800만원까지 내렸던 단지인데, 5개월 만에 1억원 반등했다. 2021년 7월 최고가 11억원과는 2억원 차이 난다.

가격이 반등하자 거래량도 살아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북구는 지난 6월 204건이 거래돼 1월 23건보다 8.86배 늘었다. 노원구는 같은 기간 320건에서 108건으로 역시 2.96배, 도봉구는 같은 기간 47건에서 121건으로 2.57배 증가했다.

창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전년 최고점에 비해선 대부분 2억~2억5000만원 정도 떨어졌지만, 다시 오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미아동 B 공인 중개 관계자도 "올해 초 나온 급매물은 모두 소진됐다"며 "집값이 너무 많이 내려 이젠 더 떨어지기 어렵다고 보는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꽤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강남 3구부터 시작된 집값 반등이 서울 외곽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상계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강남에서부터 집값이 오르면서 서울 외곽에 있는 노·도·강 집값도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고 귀띔했다.
서울 노원구 부동산 밀집지역에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노원구 부동산 밀집지역에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기대감은 커졌지만, 막상 실제 문의나 계약은 활발하지 않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있다. 노·도·강 집값이 반등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 오를 것이냐'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얘기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기준 금리 동결 이후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찍고 전체적으로 반등하는 추세는 맞다"면서도 "다만 노·도·강은 대출 의존도가 높은 지역이라 강남권 집값처럼 빠르게 오르긴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여경희 부동산 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내 다른 자치구들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그만큼 주거 선호도도 떨어지는 편"이라면서 "같은 가격이라면 인프라가 더 나은 지역으로 수요가 쏠리기 때문에 서울 핵심 지역만큼 반등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저가 아파트가 모여있는 노·도·강에는 노후한 아파트가 많고 강남, 마포에 비해 주거지로서 인기가 높지 않은 지역"이며 "강남 지역만큼 급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노·도·강이 함께 오르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달 넷째 주(24일)부터다. 올해 처음으로 상승 전환한 곳은 노원구로 지난 4월 넷째 주(24일) 0.04% 올랐다. 이어 강북구가 지난달 셋째 주(17일) 0.01%, 도봉구가 한 주 뒤인 지난달 넷째 주(24일) 0.03% 상승했다.

매수 심리도 회복 중이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노·도·강이 속한 동북권 매매수급지수는 지난달 마지막 주(31일) 기준 88.7을 기록했다. 연초 63.2에서 20포인트 이상 올랐다. 다만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하는데 여전히 기준선을 밑돌아 집을 매수하려는 실수요자보다 집을 매도하려는 집주인이 많은 상황이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