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거래량, 미분양 등 부동산시장 지표가 제각각이어서 수요자는 혼란스럽다. 전문가들은 가격이 하락한 생활권 주변 기존 아파트를 매수하거나 청약통장을 활용해 2분기 내집 마련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말 분양한 서울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 모델하우스.  연합뉴스
가격, 거래량, 미분양 등 부동산시장 지표가 제각각이어서 수요자는 혼란스럽다. 전문가들은 가격이 하락한 생활권 주변 기존 아파트를 매수하거나 청약통장을 활용해 2분기 내집 마련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말 분양한 서울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 모델하우스. 연합뉴스
올해 아파트 가격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최근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 반등 거래가 속속 나오고 있다. 서울 부동산 거래량은 작년 하반기보다 늘어나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 미분양은 여전히 많고 아파트 공급은 크게 줄고 있는 건 부담이다. 우크라이나전쟁에 따른 원자재 공급 불안,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갈등 등이 사업장마다 불거지고 있다. 여러 지표가 엇갈리는 등 시장이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수요자들은 혼란스러워한다. 내집 마련은 언제 해야 할까.

○2분기 7만3000가구 대기 중이지만

혼란한 부동산 시장…집 사, 말아!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에선 민간 아파트 98개 단지, 7만3171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경기에서 31개 단지, 2만5012가구가 나온다. 서울에선 11개 단지, 5224가구가 공급될 예정이고 인천에서는 6개 단지, 5287가구가 분양될 전망이다.

지방에선 광주가 8129가구로 가장 많은 물량이 대기 중이다. 경남(6923가구) 강원(3583가구) 충북(3520가구) 충남(2617가구) 등이 뒤를 잇는다.

미분양 물량이 많은 지역은 공급 일정이 연기되는 추세라 2분기 공급도 예상치를 크게 밑돌 것이란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봄부터 분양 성수기에 들어서지만 청약 미달과 미분양 가구 증가로 인해 분양을 연기하는 사업장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작년 말 부동산R114가 집계한 올 1분기 분양 예정 물량은 7만8159가구였는데 실제 공급 물량은 2만6437가구(33.8%)에 불과했다. 매월 1만 가구 안팎 늘어나던 미분양 주택이 지난 2월 79가구 증가하는 데 그친 배경도 아파트 분양이 대거 연기된 데 따른 착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분양단지 34곳 가운데 1·2순위에 청약이 마감된 곳은 13곳으로 38.2%에 그쳤다. 21개 단지(61.8%)는 2순위에서도 모집 가구수를 채우지 못해 단지 수 기준 미달을 나타냈다. 수도권에서도 경기 지역에서 1분기 8개 단지가 분양돼 75%인 6개 단지가 미달됐다. 인천 역시 분양된 5개 단지 중 1개 단지만 마감돼 미달 비율이 80%에 달했다. 지방은 대구와 경북, 전남, 전북, 제주, 충남 등 6개 지역에서 1개 단지씩 분양됐지만 모두 미달됐다.

○“서울 청약은 여전히 인기”

청약시장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침체됐지만 서울은 회복세가 확연하다. 지난 1분기 분양된 3개 단지(일반분양 가구 393가구)가 모두 순위 내 마감에 성공했다. 평균 청약 경쟁률은 57 대 1에 이르렀다. GS건설이 분양한 서울 양평동 영등포자이디그니티는 98가구 일반분양에 1만9478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이 198.8 대 1에 달했다. 역촌동 센트레빌아스테리움시그니처도 214가구 분양에 2430명이 신청해 1순위 경쟁률이 평균 11.4 대 1이었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가 내집을 마련하는 데 청약은 여전히 주효한 수단이라고 입을 모았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은 계속 이어지고 있고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위축, 공사비 인상 등으로 건설사의 공급이 위축되면 몇 년 후 신축 아파트 희소성은 더 커질 것”이라며 “올 들어 청약 관련 규제가 대거 풀렸고 추첨제 물량도 늘어난 만큼 일반 매매시장보다는 청약에 집중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지방보다는 서울 핵심지 청약이 낫다고 조언했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도 “서울 평균 분양가(작년 말 기준)는 2019년 12월 말 대비 13.2% 인상됐는데 충남(58.9%) 경남(50.6%) 등 지방은 더 크게 올랐다”며 “분양가 메리트가 큰 서울에선 공격적으로 청약에 나서고 지방은 주변 시세와 분양가 등을 꼼꼼히 비교해 선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수요자라면 기존 아파트에 대해서도 하반기보다 2분기 매수를 추천한다는 조언이 잇따랐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작년 10월 역대 최저인 558건까지 줄었다가 올해 1월 1417건, 2월 2462건, 3월 2935건 등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셋째주(17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8% 하락하며 2주 연속 낙폭이 줄었다. 서초구 강동구 등 강남권의 상승 전환이 두드러졌다. 서초구는 0.04% 올라 2022년 7월 25일(0.01%) 후 9개월여 만에 집값이 올랐다.

급매물 소진 이후 선호도가 높은 지역과 단지 위주로 아파트값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연 3%대로 떨어지고 특례보금자리론 효과까지 가세하면서 ‘갈아타기 수요’도 꿈틀대고 있다. 윤 위원은 “대부분 지역에서 급매물이 많이 소진됐고 반등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며 “투자가 아닌 실거주 용도라면 원하는 지역이나 단지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기준점보다 싼 급매가 나오면 빨리 매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