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서울 강남 아파트 청약시장은 각종 규제로 인해 가점이 높은 현금 부자만 참여할 수 있는 그들만의 리그로 불렸다. 하지만 다음달부터는 가점이 낮은 일반인도 당첨을 노려볼 만한 시장으로 바뀐다. 정부가 규제지역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분양 단지의 중소형 물량에 추첨제를 도입하기 때문이다. 12억원 이상 중도금 대출 금지 규정도 없애 대출 문턱도 낮아졌다. 높은 분양가와 고금리, 경쟁률은 여전히 변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올해 강남 3구의 분양 예정 물량을 미리 알아보고 맞춤형 청약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래픽=허라미 기자
그래픽=허라미 기자

올해 강남에서 8개 단지 분양 채비

26일 부동산R114 따르면 올해 강남 3구 분양 예정 단지는 8개 단지 총 8131가구(일반분양 2155가구 추정)로 집계됐다. 상반기엔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 원페를라’(방배6구역)와 강남구 청담동 ‘청담르엘’(청담삼익)이 분양한다.

래미안 원페를라는 1097가구의 대단지다. 일반분양 물량도 497가구로 많은 편이다. 김효선 농협은행 WM사업부 부동산 수석위원은 “방배동은 재개발·재건축 지역이 많아 신흥 주거단지로 탈바꿈하고 있다”며 “래미안 원페를라가 그 포문을 열어 수요자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 안에서도 노른자 땅인 청담동에선 청담 르엘이 공급된다. 1261가구 중 176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한강변 입지에 서울지하철 7호선 청담역이 코앞인 역세권 단지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개발 호재까지 있다.

하반기 첫 타자로 오는 7월 송파구 문정동에서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이 공급될 예정이다. 시공사는 DL이앤씨와 현대엔지니어링이다. 총 1265가구 중 일반분양 물량은 296가구다. 지하철 8호선 문정역과 5호선 거여역 중간에 있다. 송파구에 공급돼 강남권 다른 단지보다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가을 분양시장에 서초구 대표주자인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신반포15차)가 나올 예정이다. 총 641가구(일반분양 292가구) 규모로 지어진다. 입지 여건이 좋아 청약 시장에서 올해 최대 관심 단지로 꼽힌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하는 잠원동 ‘신반포 22차’도 9월 공급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전체 160가구 중 28가구를 일반에 분양하는 소규모 단지다. 서초구 방배동 ‘아크로 리츠카운티’(방배삼익)와 강남구 도곡동 ‘래미안 레벤투스’(도곡삼호) 등은 오는 11월 분양 일정을 잡고 있다. 총 2678가구(일반분양 578가구)에 달하는 송파구 신천동 ‘잠실 래미안아이파크’(잠실진주)도 연내 분양을 목표로 잡고 있다.

“결국 분양가”…“자금출처 조사도 준비해야”

가점이 낮은 실수요자가 노릴 면적대는 전용 85㎡ 미만 중소형이다. 정부는 다음달 1일부터 규제지역인 강남 3구에도 추첨제를 도입해 기존 가점 100%였던 전용 60㎡ 이하는 가점 40%, 추첨 60%로 조정한다. 전용 60~85㎡는 가점 70%, 추첨 30%로 바뀐다.

가점이 높은 수요자는 중대형 주택 당첨 기회가 높아졌다. 기존 가점 50%, 추첨 50%이던 전용 85㎡ 초과는 오히려 가점제 비율이 80%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추첨 비율은 20%로 낮아진다.

강남권 분양 단지는 청약 시장에서 관심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워낙 물량 자체가 적고 선호도가 높은 인기 거주 지역이기 때문이다. 분양가가 청약경쟁률을 좌우할 최대 변수라는 지적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연구원은 “강남 3구 분양 예정 물량은 입지, 인프라 등에서 차이가 크지 않다”며 “공사비 인상 이슈가 있는 가운데 분양가격이 예상가보다 높고 낮은 데 따라 청약 성적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가가 확정된 단지는 아직 없다. 시장에선 3.3㎡당 6000만~7000만원대의 분양가를 예상하고 있다. 역대 재건축 최고가 단지는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로 3.3㎡당 5653만원이었다. 강남구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추정 분담금 검증위원회에서 3.3㎡당 7100만원으로 일반 분양가를 잡았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센터 부동산팀장은 “강남권 단지들이 3.3㎡당 6000만~7000만원대에 분양하더라도 현재 8000만~1억원 수준인 시세보다 낮다”며 “하락장에서 가격 방어를 원하는 수요가 몰리면서 높은 경쟁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강남 입성을 원한다면 비인기 주택형을 노리는 등 청약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효선 위원은 “지금 분양이 잘되는 시기는 아니기 때문에 조합도 무작정 분양가를 높일 수는 없을 것”이라며 “옵션 등의 비용을 높이는 방식으로 수분양자의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강남 3구도 다른 지역과 세제 등에서 큰 차이는 없다.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일 경우엔 실거주 요건이 있고 세무 당국의 자금출처 조사도 대비해야 한다. 임성환 ABL생명 부동산팀장은 “강남 3구는 일반 매매와 마찬가지로 분양도 자금 출처 조사가 나올 확률이 높다”며 “출처가 소명되지 않아 뒤늦게 수천만~수억원의 증여세를 내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