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발생한 감정평가사 관련 보증사고 1203건 가운데 53%인 636건을 세 명의 감정평가사가 도맡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소수 감정평가사에 의한 집단보증이 전세 사기에 연루됐을 것으로 판단하고 경찰에 이들 세 명의 수사를 의뢰했다. 과다 감정평가서를 발급한 다른 여섯 명은 징계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HUG가 발행하는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려면 공시가격의 140% 또는 매매가 등으로 산정된 시세보다 전세금이 낮아야 한다. 시세 산정이 어려운 신축 빌라는 감정평가액을 근거로 보증을 진행할 수 있다. 국토부는 신축 빌라의 이 같은 맹점을 이용해 특정 감정평가사들이 공인중개사와 결탁해 과다 감정 등의 위법 행위를 장기간 지속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감정평가사 세 명이 낸 사고는 주로 빌라 물건에 집중됐다. 서울 화곡동 전용면적 55㎡ 빌라의 적정 시세는 2억1500만원(2020년 3월)이었지만 감정평가사 A는 감정평가서를 2억8000만원에 발급했다. 시세 대비 130%나 높은 금액이었다.

2019년 10월에는 경기 부천시 심곡동의 전용면적 48㎡짜리 빌라에 대해 감정평가사 B씨가 2억6000만원의 평가서를 써줬다. 인근 거래가와 비교해본 적정 시세는 1억8000만원으로 144%나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두 물건 모두 이 같은 감정평가서를 근거로 전세보증보험이 실행됐고, 임대인이 전세금을 반환하지 않아 보증사고가 발생했다.

감정평가업계 관계자는 “보통 빌라는 인근 거래가를 따져 적정 시세의 90~110% 선에서 보증서를 발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 범위를 넘어선 과다 감정 사례가 적지 않아 전세보증 사고의 원인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1~2년 새 감정평가사의 손을 거친 부동산에서 보증 사고가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HUG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감정평가사를 거친 보증 사고 금액은 지난해 2234억원에 달했다. 2018년엔 사고 금액이 8억원에 그쳤는데 2019년 22억원, 2020년 52억원, 2021년 662억원으로 2021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