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를 매입하는 타지역 거주자가 늘고 있다.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하락한 단지, 재건축 호재 단지 등을 중심으로 외지인 매입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올초 정부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하고 모든 지역을 규제 지역에서 해제하자 수도권이나 지방 아파트를 팔고 서울 지역에 아파트를 사두려는 ‘서울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집값 빠질때 서울로"…외지인, 강북·마포 '찜'

서울 매입 비중 20%대로 ‘쑥’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아파트의 외지인 매입 비중은 전월(20.2%)보다 1.9%포인트 상승한 22.1%로 집계됐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한 작년 7월(24%) 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비중이다.

서울 아파트의 외지인 매입 비중은 통상 20% 안팎을 나타내는데 작년 하반기엔 서울 아파트를 사려는 외지인들의 매수 심리가 급랭했다. 작년 8월엔 16.5%, 9월 13.8%, 10월 14.6% 11월 17.5% 등 10%대 중반에 머물렀다. 그만큼 서울 아파트를 사려는 경기, 인천, 지방 등의 외지인 수요가 메말랐다는 의미다.

올해 들어 외지인 매수 비중이 높아진 건 서울 아파트 선호 현상과 집값 바닥론이 맞물린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정부의 1·3 대책으로 서울에서도 다주택자 대출 규제 등이 완화됐다”며 “전국 아파트값이 다 떨어지고 있는데 서울 아파트가 그나마 안전하지 않겠냐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작년 한 해 누적 7.20% 하락했다. 경기(-9.61%), 인천(-11.81%) 등에 비해 낙폭이 작았다.

재건축·저가…“이왕이면 서울이 낫지”

최근 3개월간 외지인 매입 건수가 많은 서울 지역은 마포구, 강북구로 각각 79건을 나타냈다. 마포구는 전체 거래량의 50.9%가 외지인이 사들인 사례였다. 강북구는 외지인 매입 비중이 72.4%에 이르지만 이 수치에는 작년 12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미분양 물량을 떠안은 수유동의 ‘칸타빌 수유 팰리스’ 36가구가 포함돼 있어 순수한 외지인 투자라고 보긴 어렵다.

그럼에도 일명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으로 불리는 지역의 외지인 매입 건수가 대체로 많은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봉구는 외지인 매입 비중이 31.5%, 노원구는 28.0%로 서울의 1월 외지인 평균 매입 비중(22.1%)을 크게 웃돌았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요즘 매수자들은 가격이 아주 많이 빠진 단지나 특례보금자리가 적용되는 9억원 미만의 중저가 단지에 관심을 보인다”며 “노원, 도봉 등에서 최근 가격이 5% 이상 상승한 사례가 많이 이뤄진 것도 이런 투자 트렌드가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1분기 상승 거래가 이뤄진 서울 아파트 277건 중 9억원 이하인 아파트가 56.3%에 달했다.

정부의 안전진단 규제 완화 이후 초기 재건축 단지가 외지인들에게 투자처로 주목받은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외지인 매입 비중이 높은 마포구에는 대규모 재건축 단지인 성산시영이 있고 영등포구에는 문래동 일대와 여의도 등에 재건축 단지가 많다. 노원구에도 중계동, 상계동 일대에 초기 재건축 단지가 즐비하다. 영등포구는 최근 3개월간 전체 거래 149건 중 67건이, 노원구는 전체 200건 중 56건이 외지인 매입이었다.

장 리서치본부장은 “수도권, 지방 등의 아파트를 팔아 서울 소형 재건축 단지들에 재투자하는 움직임이 있다”며 “앞으로도 부산 같은 지방 핵심지가 아닌 이상 서울 쏠림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