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여파로 전세 매물이 쌓이고 전셋값도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수도권에서 갱신요구권을 사용한 전세 계약은 6574건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전세시장이 세입자 우위로 바뀌면서 굳이 갱신요구권을 활용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3일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단지 내 부동산중개업소 앞에 기존 전셋값을 빨간펜으로 지운 급전세 물건 전단이 빼곡히 붙어 있다.
서울 강서구 빌라에서 전세를 사는 직장인 김모씨(30)는 작년부터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16번이나 확인했다. 빌라 집주인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김씨는 “전세사기, 빌라왕 관련 소식이 들릴 때마다 내 얘기일까 봐 너무 무섭다”고 털어놨다.부동산등기부 열람 건수가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다. 전세 사기를 걱정하는 전세 세입자의 수시 열람이 급증한 까닭이다. ‘빌라왕’ 사태 등으로 세간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 강서구의 열람 폭증이 특히 두드러진다.3일 대법원 등기국에 따르면 지난해 강서구의 부동산등기부 등본 발급은 총 125만5452건이었다. 2018년(90만6370건)에 비해 38.5% 증가했다. 열람 증가와 반대로 전셋값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는 “깡통전세와 빌라왕이 이슈가 되면서 세입자들이 빌라, 오피스텔 전세를 찾지 않는다”며 “무리하게 갭투자를 한 집주인들은 중개비를 두세 배씩 주면서 어떻게든 세입자를 구해달라고 아우성친다”고 말했다.전세 거래량도 줄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서구의 빌라 전세 거래량은 지난달 312건으로 작년 1월(761건)보다 59.0% 줄었다. 하지만 월세 거래량은 작년 1월 19건, 지난달 11건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전세 보증사고도 강서구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이 부동산테크를 통해 공개한 ‘임대차시장 사이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발생한 전세 보증사고 금액은 578억3750만원이다. 이 중 강서구 전세 보증사고 금액이 179억765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전문가들은 전세 계약 기간에 집주인이 바뀌면 은행과 보험사에 이를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대출이나 보증보험에 가입한 경우 은행, 보험사에 집주인이 변경됐다는 사실을 알려야 하므로 집주인과 연락해 인적 사항을 받아둬야 한다”며 “새 집주인의 경제력을 신뢰할 수 없고 연락도 되지 않으면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기존 집주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부동산 시장에서도 시장 경제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이에 따라 수요가 많고 공급이 적은 지역의 집값이 다른 지역보다 더 오르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어느 지역에 공급이 많은지 또는 적은지를 아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국토교통부에서 매달 말일 전월의 인허가 물량과 착공 물량을 토대로 일정 기간 후 입주할 물량을 유추할 수 있다.주택 수요에는 매매 수요와 임대 수요가 있고 매매 수요 안에서도 투자 수요와 실수요로 나눌 수 있다. 임대 수요는 100% 실수요라고 보면 된다. 집을 산다는 것은 시세 차익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위라고 할 수 있다.일자리가 장기 수요 끌어올린다다만 실수요는 직장 접근성이나 교육 문제 등 그 지역에 거주해야 하는 이유가 없어지지 않는 한 그 지역에서 계속 거주할 가능성이 높은 ‘장기 수요’라는 특징이 있는 반면 투자 수요는 그 지역 호재 실현 여부 등에 따라 상대적으로 ‘단기 수요’라는 특징을 띤다. 이런 특징 때문에 상승기에는 투자자가 몰리는 지역이 단기 상승을 보이지만 하락기에는 가장 먼저 떨어지는 경향도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하락을 주도했던 지역의 공통점은 투자 수요가 많이 들어간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투자 수요는 집값 등락이라는 변수에 따라 수요가 늘거나 줄어들거나 하지만 실수요는 다소의 하락이 예상돼도 거래 비용이나 자가 거주가 임대 거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편리하기 때문에 하락기에도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이에 따라 상승기에는 투자자가 선호하는 지역이 오히려 더 상승하기도 하지만 하락기에는 실수요자가 선호하는 지역의 낙폭이 상대적으로 좁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실수요가 많은 지역은 어디일까. 일반적으로 실수요자가 거주 지역을 선택할 때 직장의 접근성·학군·편의 시설과 같은 주변 환경 등 여러 가지 조건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정한다.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직장과의 접근성이다. 아무리 풍광이 좋은 곳에 살더라도 자신의 직장까지 매일 서너 시간씩 들여 출퇴근한다면 오래 견디기 어렵다.이에 따라 일자리가 많은 지역의 집값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한국에서 일자리가 가장 많은 지역은 어디일까. 통계청에서 최근 발표한 지역별 종사자 수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으로 한국에서 일자리가 가장 많은 곳은 서울 강남구로 80만1419개가 있다. 둘째는 삼성전자가 소재한 경기 화성시(56만4646개), 셋째는 판교 테크노밸리가 있는 성남시(53만4792개)다. 그 뒤로 서울 서초구(48만7976개)와 경기 수원시(48만1383개)가 뒤따르고 있다. 상위 5개 지역 모두 수도권 소재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여섯째로 기계 산업의 메카 경남 창원시(46만9009개)가 차지하고 있고 그 뒤를 서울 영등포구(43만5017개), 경기 용인시(41만4867개), 서울 송파구(40만781개), 충북 청주시(39만4442개)가 10위 안에 들어 있다. 상위 10위 안에는 수도권에서 8개 지역이 분포하고 지방에 2개 지역이 차지하고 있다.생산직 많은 지역, 매매가보다 전셋값이 높아그런데 단순히 일자리만 많다고 그 지역에 실수요자가 집을 사는 것은 아니다. 그 지역의 일자리의 이직률도 같이 생각해 봐야 한다. 생산직이 많은 지역은 나이가 많지 않은 1인 가구가 주민의 상당수를 이루기 때문에 주택 매매 수요보다 임대 수요가 더 많다. 1인 가구의 특징은 부양할 가족이 없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다른 업장에서 더 높은 임금을 제시하면 쉽게 이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지역의 특징은 전셋값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매매가에 비해 전셋값이 높다는 뜻이고 반대로 해석하면 전셋값에 비해 매매가가 낮다는 뜻도 된다. 대표적인 지역은 경북 구미시다.그런데 어느 지역에 일자리가 ‘얼마나 많은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자리가 ‘얼마나 많이 늘고 있는가’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자리가 10년 전에도 10만 개이고 현재에도 10만 개인 지역보다 예전에는 2만 개였지만 지금은 5만 개로 늘어난 지역의 집값이 더 강세다. 지난 10년간 3만 개의 일자리가 생겼다는 것은 그에 비례해 주택 수요가 늘어났다는 뜻이다. 지난 10년간 전국에서 일자리가 가장 많이 늘어난 지역은 경기도 화성시로, 27만7148개의 일자리가 늘어났다. 이에 힘입어 2011년 8위에서 2021년 2위까지 순위가 올랐다. 그런데 화성시의 일자리가 전국에서 가장 많이 늘어난 이유는 삼성전자의 약진도 있지만 그보다는 화성시의 외형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화성시는 지난 10년간 일자리 수가 96.4%나 늘었지만 주민 수 또한 71.6%나 늘었다. 인구 증가를 감안한 일자리 증가율은 24.8%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6위에서 3위로 상승한 성남시는 지난 10년 동안 20만3759개의 일자리가 늘어나 단순 증가치로는 2위에 그치지만 같은 기간 동안 성남시 인구가 4.9%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일자리 증가율은 66.5%로 실질적인 전국 1위라고 할 수 있다. 판교테크노밸리의 성공이 가장 큰 원인이다. 2011년에는 순위권 밖이었지만 2021년에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지역은 경기 용인시와 충북 청주시다. 이에 비해 서울 중구나 경기 안산시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특히 서울 중구는 지난 10년간 일자리가 4%밖에 늘어나지 않아 3위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2011년부터 2021년까지 지난 10년간 서울 중구의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49.2%에 그쳐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 24위, 전셋값 상승률은 57.8%로 23위에 그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에 비해 일자리 증가율 전국 1위 지역인 성남시의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76.8%, 전셋값 상승률이 70.6%를 기록해 중구와 대비된다. 결국 이처럼 매매가든 전셋값이든 실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바로 일자리 증가라고 할 수 있다. 자기 지역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는 것을 원하는 지방자치단체라면 우수 기업 유치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정부가 연 1~2%의 저금리 대환 대출을 지원해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돕기로 했다.또한 피해자가 전세보증금을 건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주택을 낙찰받는 경우 '무주택자'인 것으로 간주한다.국토교통부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을 2일 발표했다.정부는 우선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다음 달부터 연 1~2% 저금리로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피해자들에게 가구당 2억4천만원의 대출을 지원한다.오는 5월에는 기존 전세대출을 저리 대출로 대환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한다.보증금을 되돌려받지 못해 전세대출 계약이 자동 연장될 경우, 고금리에 따른 대출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 역시 가구당 2억4천만원까지 연 1~2%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한다.다만, 전세보증금이 3억원 이하인 경우에만 대출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연소득 7천만원, 순자산은 5억600만원 이하여야 한다는 소득 기준도 충족해야 한다.앞서 피해자들은 보증금과 소득 제한에 걸려 지원 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없어야 한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임차인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집을 경매로 낙찰받아 떠안게 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전세사기 피해자를 무주택자로 간주해 불이익이 없도록 한다.경매로 낙찰받은 집을 보유하는 동안은 유주택 기간에서 빼기 때문에 청약 당첨에 불이익이 생기지 않는다.이는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 설명회에서 피해자들이 여러 차례 요구했던 것으로, 오는 5월 주택공급규칙 개정 이후 낙찰 주택부터 적용된다.무주택 인정을 받으려면 경매 낙찰 주택이 공시가격 3억원(지방 1억5천만원) 이하, 전용면적은 85㎡ 이하여야 한다.피해자가 6개월에서 최대 2년까지 이용할 수 있는 긴급거처는 확대한다.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강제관리하는 주택 28호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긴급지원주택 200호에 더해 상반기 중 수도권에 500호를 확보할 계획이다.공인중개사협회가 사용하는 임대차계약서에는 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특약을 도입한다.임대인이 매매계약을 체결하면, 임차인에게 반드시 그 사실을 고지해야 한다. 신규 임대인(양수인)의 보증사고 이력으로 보증가입을 할 수 없다면 임차인이 계약을 해지하고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전세사기 단속은 강화한다.국토부는 단기간 주택을 대량으로 매집하거나 임대차 확정일자 당일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등 의심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오는 5월까지 기획조사에 나선다.분양대행사의 불법 온라인 광고와 전세사기 의심 매물에 대해선 6월까지 집중 신고 기간을 둔다.경찰청·국토부의 전세사기 특별단속 기간은 7월까지 6개월 연장한다.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