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빌라에서 전세를 사는 직장인 김모씨(30)는 작년부터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16번이나 확인했다. 빌라 집주인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김씨는 “전세사기, 빌라왕 관련 소식이 들릴 때마다 내 얘기일까 봐 너무 무섭다”고 털어놨다.

"등기부만 16번 뗐다"…속타는 강서구 빌라 세입자들
부동산등기부 열람 건수가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다. 전세 사기를 걱정하는 전세 세입자의 수시 열람이 급증한 까닭이다. ‘빌라왕’ 사태 등으로 세간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 강서구의 열람 폭증이 특히 두드러진다.

3일 대법원 등기국에 따르면 지난해 강서구의 부동산등기부 등본 발급은 총 125만5452건이었다. 2018년(90만6370건)에 비해 38.5% 증가했다. 열람 증가와 반대로 전셋값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는 “깡통전세와 빌라왕이 이슈가 되면서 세입자들이 빌라, 오피스텔 전세를 찾지 않는다”며 “무리하게 갭투자를 한 집주인들은 중개비를 두세 배씩 주면서 어떻게든 세입자를 구해달라고 아우성친다”고 말했다.

전세 거래량도 줄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서구의 빌라 전세 거래량은 지난달 312건으로 작년 1월(761건)보다 59.0% 줄었다. 하지만 월세 거래량은 작년 1월 19건, 지난달 11건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전세 보증사고도 강서구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이 부동산테크를 통해 공개한 ‘임대차시장 사이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발생한 전세 보증사고 금액은 578억3750만원이다. 이 중 강서구 전세 보증사고 금액이 179억765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전세 계약 기간에 집주인이 바뀌면 은행과 보험사에 이를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대출이나 보증보험에 가입한 경우 은행, 보험사에 집주인이 변경됐다는 사실을 알려야 하므로 집주인과 연락해 인적 사항을 받아둬야 한다”며 “새 집주인의 경제력을 신뢰할 수 없고 연락도 되지 않으면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기존 집주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