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급하게 집을 정리해야하는 집주인들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급격히 줄어든 수요자들에 부동산 시장에서 계속되는 '거래 절벽' 때문이다. 일부 집주인들은 반값 수수료를 내건 부동산 중개업소에 기존 최고요율을 주겠다면서 집을 빨리 팔아달라고 읍소하고 있다. 집값 상승과 함께 높은 수수료를 문제 삼았던 때와는 대조적이다.

2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매매 건수는 32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90건보다 70.64%(770건) 감소했다. 지난해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는 1만1853건으로 2021년 4만1949건, 2020년 8만1142건에 비해 급전직하하고 있다.

거래가 말라 붙은 것은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새해 들어 한국은행이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로 종전보다 0.25%포인트 올렸다. 다만 1년물을 제외한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기준금리를 밑도는 등 시장금리가 반대로 움직이면서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조정, 연 8%에 육박하던 주담대 금리는 6%를 기록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급하게 매물을 정리해야 하는 집주인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유도 제각각이다. 일시적 2주택에 따른 비과세 혜택을 받아야 하거나 급등기 높은 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 했지만 역전세난으로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할 처지에 놓이면서 자칫하다간 경매로 집이 넘어갈 위기에 처한 집주인도 있다. 이런 집주인들은 부동산 중개업소에 수수료율을 최대로 쳐줄테니 되도록 빨리 매물을 정리해달라고 읍소하고 있다.

서울시 마포구에서 반값 수수료율을 시행하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상황이 급한 집주인들이 많다보니 반값 수수료율로 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최고요율로 쳐줄테니 '제발 신경써서 팔아달라'고 요청하는 집주인들이 있다"고 했다.

강동구에서 반값 수수료율로 운영되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도 "최고요율에 추가로 더 얹어준다는 집주인들도 있다"며 "급한 사정은 알겠지만 반값 수수료율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지라 (최고요율로) 받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서울에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 전경. 사진=뉴스1
서울에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 전경. 사진=뉴스1
집주인들이 궁여지책으로 최고요율을 제시하고 있지만 거래 자체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금리가 높아서다. 금리 인상 기조가 마무리 되더라도 인하로 돌아서지 않는 이상은 거래가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강서구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아무리 최고요율로 수수료를 준다고 해도 시장 상황이 이런데 거래가 될리 있겠느냐"며 "정말 급하다면 급급매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는 게 거래가 더 잘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받고 싶은 가격은 있는데 낮춰 팔기는 싫으니 수수료를 더 주겠다는건데 현 시장 상황에선 잘 팔아주겠다고 확답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신길동에 있는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당분간 거래 절벽 상황이 지속되지 않겠느냐"며 "당장 올해 상반기까지는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는 정부의 정책이나 금리 등을 보면서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매물은 점점 쌓여가고 있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프로그램) 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5만100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4만7319건이었는데 당시보다 5.87%(2781건) 늘어났다.

거래가 막히자 폐업하는 부동산 공인 중개업소도 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부동산 공인중개사 폐업 수는 1103건이다. 반면 개업한 중개업소는 853건에 불과했다. 페업 건수가 개업 건수보다 많은 상황이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폐업보다 개업이 더 많았지만, 8월부터 폐업하는 공인중개업소가 더 늘어나기 시작해 11월엔 개업과 폐업의 격차가 250건까지 벌어졌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