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 김범준 기자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 김범준 기자
올해 지방 주택 시장에서 '입주 리스크'가 새로운 복병으로 떠올랐다. 정부의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에 서울 등 수도권과 수요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데 올해 입주 물량이 평년을 웃돌고 있어서다. 가파른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로 집값이 수직낙하 하는 와중에 수요 위축과 입주 물량 확대까지 맞물려 지방 부동산 시장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26일 한국경제신문이 부동산R114에 의뢰한 올해 전국 입주 예정 물량을 보면 올해 전국 입주 예정 물량은 총 34만9370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 입주 물량(33만2514가구)에 비해 5.07%(1만6856가구) 늘어난 규모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2만4115가구)에 비해 0.81%(195가구) 늘어난 2만4310가구로 분석됐다. 경기도는 지난해 11만3767가구에서 올해 10만8980가구로 오히려 4.21%(4787가구) 줄어든다.

반면 지방은 지난해 15만2117가구에서 올해 17만1096가구로 입주 예정 물량이 12.48%(1만8979가구) 늘어난다. 서울에 비해 입주 예정 물량 증가 폭이 15배를 훌쩍 뛰어넘는다. 특히 '미분양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대구와 울산에 입주 예정 물량이 집중돼 있다. 지난해 2만653가구가 입주한 대구는 올해 3만6059가구가 예정돼 있다. 입주 물량이 1년 새 74.59%(1만5406가구)가 급증하는 셈이다. 울산의 증가 폭은 대구보다 더 크다. 지난해 3856가구에서 올해 8786가구로 127.85%(4930가구) 급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몇 개월 간 집값이 급락해 시세가 분양가보다 낮아지는 게 일쑤라 올해 대규모 입주 거부 사태가 우려돼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증가 폭으로만 보면 제주가 전국 시도 중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이 가장 크게 뛴다. 지난해 제주에서 132가구가 입주했는데 올해는 1094가구가 입주해 1년 간 증가 폭이 728.79%에 달한다. 경북(1만1231가구)은 올해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이 지난해에 비해 136.59%, 경남(1만5221가구)은 52.19% 증가한다. 충북(1만2097가구)은 44.84%, 충남(2만6621가구)은 7.30% 수준이다. 세종(3092가구)과 광주(4559가구)는 각각 18.48%, 66.76% 감소한다.

경북 포항에 있는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거래 절벽이 이어지고 있는데 미분양은 늘고, 입주는 늘어나는 3중고 상황"이라며 "분양가 할인이나 수백만원의 축하금 현금 지급, 중도금 무이자, 발코니 무상 등 건설사들이 여기저기 걸어 놓은 플래카드를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방불케 한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