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에 청약시장이 얼어붙자 중도금 무이자 등 금융 혜택을 내건 신규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은행 대출에 의지하기 어려워진 만큼 자금 부담을 낮춘 단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신규 단지들이 내세우는 금융 혜택으로는 중도금 무이자가 대표적이다. 지난 8월에 청약 신청을 받은 경기 평택시 ‘e편한세상 평택 라씨엘로’는 계약자에게 중도금 전액 무이자 혜택을 적용했다. 분양가의 60%에 해당하는 중도금 이자를 사업 주체 측에서 부담해 실수요자들의 실질적 자금 부담을 줄였다. 앞서 6월에 분양한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역 파밀리에Ⅰ’은 중도금 대출이자가 연 3.8%를 넘어설 경우 상승분은 시행 위탁자가 부담해 추가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을 낮췄다.

계약금 정액제 조건을 내건 단지도 있다. 지난달 인천 중구에서 공급된 ‘영종국제도시 제일풍경채 디오션’은 500만원만 납부하면 계약이 가능했다. 통상 정당계약을 위해서는 분양가의 10~20%에 해당하는 계약금이 필요하지만, 이 비율을 대폭 낮춰 초기 자금 부담을 줄인 것이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분양시장에서 금융 혜택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에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이자가 크게 오른 데다 다음달에도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0.5%포인트를 추가 인상하면서 기준금리가 연 3%대로 올라섰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등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최고금리가 연 7% 올랐고, 이자 비용 역시 크게 늘었다. 향후 추가 인상 이후에는 금리가 연 8%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분양가 상승도 수요자들에겐 큰 부담이다. 최근 철근콘크리트 등 주요 건축 원자재값 인상 여파로 분양가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전국 민간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격은 1486만6500원으로 전월(1469만8200원)보다 1.15% 상승했다. 전년 동월(1403만8200원)과 비교하면 5.9% 오른 가격이다. 특히 서울과 경기 등의 분양가 상승폭은 전국 평균보다 컸다. 서울 민간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78%(2730만900원→2805만9900원), 경기는 2.59%(1657만9200원→1700만8200원) 올랐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금융 혜택은 큰 이점”이라며 “분양가도 상승세인 만큼 금융 혜택까지 두루 고려해 자금 부담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