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초기 재개발구역 주변에 신축 빌라 건축 붐이 일고 있다. 신속통합기획에 참여하기 위해 주민 동의를 받고 있는 오류1동 일대.   /이현일 기자
서울에서 초기 재개발구역 주변에 신축 빌라 건축 붐이 일고 있다. 신속통합기획에 참여하기 위해 주민 동의를 받고 있는 오류1동 일대. /이현일 기자
서울 모아타운(소규모 주택정비 관리지역) 후보지와 신속통합기획을 추진 중인 재개발 지역 등에서 빌라 신축이 활발하다. 최근 ‘깡통전세 대란’으로 사업이 어려워진 빌라 업체들이 서울시의 도시재생 사업 수혜 예상지로 무대를 옮기고 있다. 개발 호재로 전세 가격과 매매 가격 차이가 벌어져 쉽게 갭투자(전세 낀 주택 매입)를 할 수 있어서다. 아파트 입주권도 받을 수 있어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하지만 신축 빌라가 많아지면 재개발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 있어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기 재개발 지역에 건물 신축 잇따라

29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성산초교 주변 모아타운 후보지 곳곳에선 인부들이 자재를 나르고 중장비가 흙을 퍼내 기초 공사를 하는 등 건물 신축이 한창이었다. 이 지역에선 올해 들어서만 4개 동의 빌라가 지어졌다. 전용면적 30㎡ 안팎의 투룸 분양가가 6억원가량이다. 전셋값은 3억9000만~4억3000만원 정도다. 분양 사무소에선 향후 새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모아타운 후보지’란 점을 집중 홍보하고 있었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오래된 빌라는 전셋값이 낮아 갭투자에 최소 2억7000만원이 필요하고 건물 수리비가 추가로 드는 경우도 있다”며 “신축 빌라는 1억7000만원 정도면 전세를 끼고 분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아타운 개발 호재로 매매가가 높게 형성된 데다 전세금을 떼일 위험이 낮다고 여겨 세입자도 잘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마포구 성산동, 중랑구 면목동·중화동·망우동과 용산구 효창동 등 모아타운이나 재개발구역 지정이 예상되는 곳이면 어김없이 빌라 건축업체들이 나타나고 있다. 기존 재개발구역은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이거나 건축행위에 제한이 적지 않지만 사업을 처음 추진하는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모아타운 예정지, 가로주택정비사업 후보지 등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사업 무산 등 투자 위험 감수해야

모아타운 대상지 2차 공모에 참여한 합정동 성산초교 주변 모습.
모아타운 대상지 2차 공모에 참여한 합정동 성산초교 주변 모습.
재개발 예정지 내 신축 빌라에 투자할 경우 자금이 장기간 묶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축 빌라가 많아지면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빌라 신축 등으로 새 건물이 많아진 지역은 신속통합기획이나 모아타운 후보지 선정에서 감점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재개발 구역 내 주민들은 빌라 신축을 반기지 않는 모습이다. 신속통합기획 1차 공모에 신청했다가 탈락한 마포구 망원1구역은 빌라 업체들이 몰려들자 마포구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해 구역 지정을 받았다. 성북구 성북1구역 공공재개발 후보지 주민들은 신축 빌라를 반대하는 항의 집회를 열기도 했다. 합정동 B공인 관계자는 “모아타운 지정이 좌절되면 빌라값이 떨어져 전세금을 못 돌려받는 사람도 나올 수 있다”며 “지역 토박이 중개사들은 대부분 신축 빌라 중개를 꺼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축 빌라 투자 때 법령과 조합원 요건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재개발 호재를 틈타 건물을 신축하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단기간에 철거할 건물을 짓는 것은 사회적 낭비인 데다 사업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모아타운의 경우 대상지 발표 당일이 권리산정일로 지정돼 준공일이 이날보다 늦은 빌라에 투자하면 분양권을 받지 못한다. 유창수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토지거래구역 확대 등으로 투기를 막으면서도 사업이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