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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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심화하면서 정부가 층간소음 규제를 강화했다. 대형 건설사들은 층간소음 기술 개발로 대응에 나섰지만, 그렇지 못한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11일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층간소음 신고는 4만6596건이었다. 2012년 8795건이던 신고 건수가 2017년 2만2849건으로 5년 만에 2.6배 늘고, 다시 4년 만에 2배로 증가한 것이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2만1915건이 접수됐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사건·사고도 잇따르는 추세다. 대전지법 형사6단독(재판장 김택우)은 지난 6일 위층 주민을 폭행한 40대 A씨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대전 중구 자신의 부모님 집에 있던 A씨는 지난 3월 새벽 위층을 찾아가 문을 두드린 후 문을 연 B씨와 B씨의 어머니 C씨를 폭행해 전치 약 12주와 2주의 상해를 입혔다. A씨는 평소 층간소음 문제로 위층에 대한 불만이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보복소음 상품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 네이버 등 포털에 '층간소음 스피커'를 검색하면 '층간소음 전용 우퍼 스피커' 등 관련 판매글 4400여개가 쏟아질 정도다. 바닥이나 벽을 타고 소리를 전달하는 우퍼를 사용해 소음을 일으키는 윗층으로 소음을 보내는 용도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밤마다 우퍼로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미궁'을 틀었더니 시끄럽던 윗집이 무당을 불러 굿을 하다 이사갔다"는 글이 올라올 정도다.

늘어나는 갈등에 보복도 일상화…국토부 "기준 강화"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환경부와 함께 아파트 층간소음 ‘사후 확인제’를 도입하는 등 층간소음 기준을 강화했다. 이전까지는 시험장에서 지어질 아파트와 같은 환경을 조성해 실험했고, 완공 뒤 층간소음 저감 성능이 떨어지더라도 문제삼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아파트 완공 뒤 사용승인을 받기 전 성능검사를 실시해 검사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저감 성능이 부족하다면 보완 시공이나 손해배상을 하도록 조치한다.
층간소음저감매트를 살펴보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층간소음저감매트를 살펴보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소음 기준치도 한층 엄격해진다.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 및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은 뛰거나 걷는 동작으로 발생하는 직접충격소음 기준치를 주간 43㏈·야간 38㏈에서 주간 39㏈·야간 34㏈로 조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기존보다 4㏈ 낮아지는데다 완공 뒤 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보완 시공도 해야 하기에 건설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대형 건설사들은 층간소음 저감기술 상용화에 더욱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고성능 완충재를 적용한 뜬 바닥 구조의 'H 사일런트홈 시스템'으로 LH품질시험인정센터 바닥충격음 성능등급평가에서 경량·중량충격음 양 부문 1등급 인정서를 취득했다. 그간 다수의 기업과 연구 기관이 경량충격음 부문 1등급을 충족하긴 했지만, 중량충격음 부문에서는 1등급을 받지 못했다.

DL이앤씨는 층간소음 차단 1등급 기술을 획득한 자체 층간소음 저감 기술인 '디사일런트2'를 특허 출원했고 대우건설은 내력강화 콘크리트, 고탄성 완충재, 강화모르타르로 구성된 스마트 3중 바닥구조 특허기술을 확보했다. 포스코건설도 하이브리드 강성보강 바닥시스템(안울림)을 자체 개발했다.

대기업선 신기술 쏟아지는데…중견·중소 "투자할 돈 없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층간소음 저감 기술 확보에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다. 신기술을 개발하느니 손해배상을 하겠다는 반응마저 나오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은 자체적으로 연구소를 만들어 투자하고 있지만 중견·중소 건설사들에겐 불가능한 이야기"라며 "공사비 인상을 감수하고 바닥을 현행보다 30% 이상 두껍게 시공하는 것 외에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중량충격음 차단 성능을 실험하는 모습. 사진=현대건설
중량충격음 차단 성능을 실험하는 모습. 사진=현대건설
정부는 바닥 두께를 현재 기준인 210㎜보다 두껍게 하는 경우 분양가 가산을 허용할 방침이다. 바닥이 두꺼워질 수록 분양가가 비싸질 수 있다는 것인데, 업계에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바닥 두께를 늘리면 하중이 늘어나고, 그 하중을 감당하기 위해 벽도 두꺼워져야 한다"며 "늘어난 공사비가 분양가에 전액 반영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푸념했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층간소음을 저감하도록 노력하겠지만, 기준을 넘어설 경우 보완시공보단 배상을 택할 방침"이라고 귀띔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1년 전부터 제도 개편을 예고했던 만큼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보다 전향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1년 전부터 층간소음 기준 강화를 예고했음에도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자금은 이유로 대대적인 투자를 꺼려왔다"며 "비(非) 브랜드 아파트의 층간소음이 더욱 심하다는 논문도 있는 만큼, 층간소음이 사회적 관심을 받을수록 비 브랜드 아파트에 대한 외면도 심화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