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와 강남 일대의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송파구와 강남 일대의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있지만 부동산 시장은 찬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매수심리가 3년 전 수준으로 하락한 가운데, 매물도 줄어들면서 거래절벽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0.1을 기록했다. 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우면 공급이 많고 200에 가까우면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지난해 12월 기준선 100 아래로 내려온 수급지수는 하락을 거듭하더니 2019년 11월 87.5를 기록한 후 2년 9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울의 매수심리는 3년 전으로 돌아갔다. 지난 8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4.4로 나타났는데, 2019년 7월(83.2) 후로는 가장 낮은 수치다. 수도권(87.2)과 지방(92.8)도 각각 13주, 14주 연속 하락 중이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 적은 탓에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가격도 하락세다. 8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8% 떨어지며 올해 최대 낙폭을 재차 새로 썼다. 서울 아파트값이 한 주 만에 0.08% 하락한 것은 2019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올해 누적으로는 0.54% 하락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대부분 하락을 기록한 가운데, 노원구(-0.20%), 도봉구(-0.18%), 성북구(-0.16%), 종로구(-0.15%) 등 강북권 내림폭이 컸다.

도봉구 창동 '창동주공2단지' 전용 36㎡는 지난해 최고가에서 1억1500만원 내린 4억8500만원에 팔렸고 성북구 장위동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 전용 84㎡도 지난해 최고가보다 2억8000만원 내린 10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서울 자치구 가운데 보합세를 보인 곳은 서초구와 용산구에 그쳤다.

매수심리가 위축되며 집값이 내림세를 보이는 가운데 집을 팔겠다는 사람도 덩달아 감소하고 있다. 집값을 얼마간 낮춰도 팔리지 않고, 보유세 부담도 줄어든 만큼 급하게 매매하지 않으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달 7일 6만5988건까지 늘었지만, 정부가 다주택자 보유세를 감면하는 내용의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지난 12일 6만1800건으로 약 6.7%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매수자의 관망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매도인들이 주택을 급매로 내놓을 동기도 낮아져 거래절벽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겠다는 사람은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을 우려한다. 집주인들은 가격을 약간 낮춰도 팔리지 않으니 세금 부담도 줄어든 김에 매물을 거둔다"며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