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오피스텔 밀집지역. 사진=뉴스1
서울 시내의 한 오피스텔 밀집지역. 사진=뉴스1
아파트 대체상품으로 인기 끌었던 주거용 오피스텔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매수세가 자취를 감추면서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팔면서 취득세까지 대신 내주겠다는 매도인도 나타나고 있다.

14일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수원의 한 중형 오피스텔을 1500만원에 달하는 취득세와 등기 비용을 지원하며 팔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분양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에 내놓겠다는 조건도 제시됐다. 매수세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빨리 팔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안산에 보유하고 있던 오피스텔을 최근 팔았다는 A씨는 "은행 금리가 계속 오르는 탓에 부담이 커져 빨리 매도하고자 2018년 분양가 그대로 팔았다"며 "취득세도 일부 지원해줬다. 남는 돈은 없지만, 앓던 이를 뺀 것처럼 시원하다"고 말했다.

아파트 대체상품인 주거용 오피스텔 인기가 급속도로 식어가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오피스텔 매매시장에서 20% 수준이던 전용 60㎡ 초과 오피스텔 거래 비중이 올해 들어 10% 내외로 하락했다.

지난해 7월 19.8%까지 올랐던 전용 60~85㎡ 오피스텔 거래 비중은 지난 5월 10.0%까지 줄었다. 같은 기간 4.3%였던 전용 85㎡ 초과 오피스텔 비중도 1.1%로 쪼그라들었다. 거래량을 살펴봐도 중대형 오피스텔의 부진이 드러난다. 지난해 7월 수도권 전용 60~85㎡ 오피스텔 거래량은 약 790건이었지만, 올해 1월에는 280여건으로 급감했고 지난 5월에도 370건에 그쳤다. 같은 기간 전용 85㎡ 초과 오피스텔 거래량은 173건에서 38건으로 줄었고, 지난 5월에도 40건으로 큰 변동이 없었다.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사진=연합뉴스
청약 시장도 움츠러들었다. 올해 수도권에서 청약에 나선 총 27개 오피스텔 가운데 인천 6곳, 서울 2곳, 경기 1곳 등 9개 단지가 미달됐다. 아파트와 유사한 내부 구조를 가졌고 대출을 비롯한 규제에서 비교적 벗어난다는 장점에 지난해 많은 수요자가 몰렸지만, 아파트 매매시장이 냉각되면서 오피스텔 매수심리는 더욱 빠르게 식었다는 평가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대체상품은 부동산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최근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80선으로 내려왔다. 아파트도 사지 않는 상황에서 그 대체재 인기가 더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된 점과 금리가 오르고 있는 점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DSR 2단계 규제에 따라 총대출액이 2억원을 넘을 경우,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2금융권 50%)를 넘기면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없게 됐다. 이달부터는 DSR 규제 대상을 총대출액 1억원 초과 차주로 확대하는 조치도 시행됐다.

금리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전일 기준금리를 종전 연 1.75%에서 2.25%로 0.50%포인트(p) 인상했다. 시장에선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내 2.75%까지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4.27~6.144%인 시중 은행의 고정형(5년 혼합형) 주담대 금리도 연내 7%를 넘어설 전망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난해까지 오피스텔은 70%까지 대출이 가능했지만, DSR 규제로 대출액이 줄었고 금리마저 큰 폭으로 인상되면서 부담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파트를 대신하는 중대형 오피스텔보다 큰 부담 없이 적은 비용으로 투자할 수 있는 소형 오피스텔로 관심이 몰리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