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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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분양가 제도 운영 합리화 방안' 중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제도 개편 방안도 담겼습니다. HUG는 30일 고분양가 심사제도 일부 개선안에 대한 자료를 내놨습니다. 심사 기준을 합리화하고 심사 전차를 간소화하며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는 게 HUG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큰 변화 없다"며 정부가 여전히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HUG가 새로 제시한 심사제도를 적용해도 시세보다 20~30% 낮은 사업지가 적지 않은 데다 공사비 인상 등을 고려할 경우 공급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얘기입니다.

HUG는 2016년 분양보증 리스크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고 적정 가격 수준의 주택공급으로 주택시장 안정에 기여하기 위해 고분양가 심사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인위적인 가격 통제에 대해 업계의 원성이 커지자 두 차례 제도를 일부 변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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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개선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근 시세 산정 기준에서 '준공 후 20년 이내 사업장'을 일괄 선정하던 것을 '준공 후 10년 이내 사업장'을 우선 선정하는 것으로 바꿨습니다.
업계에서는 이 기준 변화가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합니다. 예컨대 한 지역에서 준공 10년 아파트 가격이 13억원이고 20년 아파트가 10억원일 경우 인근 사업장에 주택 노후도에 따른 주택 매매가격 보정률(건축 연령별 가산율)을 적용합니다. 10년 아파트는 111.75%이고 20년 아파트는 146.06%입니다. 보정률을 적용할 경우 큰 차이가 없습니다. 분양가격을 올리지 않으면서 오래된 단지를 기준에서 빼주는 것밖에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원자잿값 급등 등 급격한 시장 환경 변화로 인한 주택공급 지연을 막기 위해 '자재비 가산제'를 신설했습니다. 분양가 상한제에서 산정 중인 기본형 건축비를 일부 활용합니다. 오는 9월 기본형 건축비를 정기 고시 전까지 0.32%(6월 현재 단기 자재비 급등분 0.8%X 분양가 중 건축비 비중 40%)를 적용합니다. 최근 1년 새 건자재 값이 20% 이상 올랐지만, 반영률은 0.32%에 그치는 셈입니다.

심사평점표의 세부 산정기준과 각 항목 배점 기준 전체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지난 2월 고분양가 심사 기준을 변경하면서 산정 기준을 공개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어 ‘깜깜이 기준’이라는 비판까지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HUG는 심사 결과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심사 결과에 대한 검토·확인 절차, 즉 이의 신청 절차를 마련했습니다. 심사가격 통보 후 7일 이내에 인근 시세 대비 70% 이하인 경우만 이의신청이 가능하게 했습니다.

HUG 고분양가 심사가 적용되는 곳 중 대구는 작년 이후 공급이 급증해 주변 아파트 시세가 내리고 있습니다. HUG 분양가가 시장 상황이 변해 주변 시세와 비슷하게 맞춰졌습니다.

하지만 경기도와 대전, 충남 천안 아산 등 전국의 주요 지역에서는 공사비나 물가 상승을 고려할 때 HUG의 분양가격이 시세에 비해 너무 낮고 사업성이 적어 공급을 못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HUG 분양가격이 시세보다 30%가량 낮다 보니 조합이나 시행사에서 어쩔 수 없이 후분양을 대안으로 고민하는 상황입니다.

HUG에서는 개선안 발표 후 "이번 제도 개선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데 중점을 두었으며, 개선된 제도가 급격한 사업환경 변화에 따른 시장 충격을 완화하고 안정적 주택공급 환경을 조성해 국민 주거복지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자평했습니다. 과연 현장에서 이 같은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집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