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또 물 건너 가나"…청약 기다렸는데 '허탈' [김은정의 클릭 부동산]
모든 일엔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분양가 상한제도 그렇죠.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말 건설 자재값 인상분을 제때 공사비에 반영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올 들어 자재값 급등으로 인해 각종 정비 사업 현장에서 제대로 공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죠.

서울만 해도 주요 재건축·재개발 조합과 건설사들이 분양가 산정을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공사 진행이 멈춘 경우가 속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 되는 아파트의 기본형 건축비 인상을 검토하고 있죠. 국토부는 지난 3월 공동주택의 기본형 건축비를 지난해 9월에 비해 이미 2.64% 올린 상태지만 원자재 가격이 빠르게 급등하면서 추가적으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겁니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 되는 아파트에 적용되는 기본형 건축비는 매년 3월, 9월 두 차례 정기 고시합니다. 하지만 철근, 레미콘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15% 이상 변동하면 수시 형태로 다시 조정해 고시할 수 있답니다.

그간 건설사들 사이에선 분양가 상한제가 너무 경직돼 있어 조합원 이주비도 반영이 안 되고, 원자재 가격 인상도 제 때 반영하지 못하도록 돼 있어 인위적으로 가격 인상을 억누르고 있다는 불만이 많았답니다.

국토부도 이같은 목소리를 반영해 이달 내 분양가 상한제 개선안을 발표하고 이른 시일 내 적용하려고 하고 있답니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 축소 등이 아닌 정비 사업의 특수성을 반영해 분양가 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건설사들은 분양가 상한제가 개선된다는 소식에 발코니 확장 비용과 조경을 포함한 마감재 고급화 부분도 분양가에 적극 반영해달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미래 개발이익을 배제하도록 한 현재 택지비 산정 방식도 손질해달라고 하고 있고요.

정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고분양가 심사 제도까지 다시 손볼 방침이라 전반적으로 분양가 산정 체계가 바뀔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은 분양가 상한제 개선을 기다리면서 분양 일정을 미루는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올 하반기 이후 분양가 상승은 불가피해졌습니다. 건설업계에선 강남의 경우 현재 분양가보다 10% 정도, 강북은 15% 가량 인상을 점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건설사들의 숨통은 트일 전망이죠. 하지만 무주택자인 일반 실수요자들의 자금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청약을 기다리던 무주택자들은 허탈할 수도 있습니다.

그간 청약을 통해 분양 아파트의 시세 차익을 누린 무주택자들이 많았죠. 일단 절대적인 분양가 수준이 높아지면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한 부담이 커지게 되고요.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30대 한 직장인은 "대출 규제는 강화된 데다 기준금리는 계속 치솟고 있어 자금 마련 부담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 개선이 이뤄지면 혹시 새 아파트 가격이 너무 오르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하더라고요. 청약으로 내 집 마련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말이었습니다.

이미 새 아파트 가격은 빠르게 치솟을 분위기입니다. 원자재 가격 뿐만 아니라 인건비도 가파르게 오른 영향이죠. 최근엔 일반 정비 사업 3.3㎡당 공사비가 700만원을 훌쩍 넘는 사례까지 나왔죠.

정부 한 관계자는 "무주택자들의 불만을 최대한 줄이면서도 250만가구 이상 주택 공급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적정한 합의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