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끝난 조합 '곶감 빼먹기' 막는다
이르면 연말부터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조합은 사업 종료 후 1년 이내에 해산을 완료해야 한다. 또 건설사가 조합원의 이사비나 재건축부담금을 대신 내거나 허위·과장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3일 국회에 따르면 조합의 해산기간을 이전고시(등기) 후 1년으로 명시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개정안이 지난달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소유권 이전고시(입주자 등기)를 받은 날로부터 1년 이내 조합원 총회를 거쳐 조합을 해산하도록 의무화했다.

기존 도시정비법에는 조합 해산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준공 후에도 4~5년 넘게 조합이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조합 해산이 지연되면 조합장 등 조합 상근임원들에게 지급되는 월 급여와 사무실 유지비 등이 계속 지출된다. 법안을 발의한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준공하고도 1년 이상 청산하지 않은 조합 수는 59곳에 달한다.

서울 강남구 A조합은 2016년 공사가 끝났으나 아직도 600여억원의 예산을 보유하고 조합이 유지되고 있다. 2019년 이전고시를 한 강남 B조합도 500억원의 예산을 그대로 쥐고 조합을 운영하고 있다.

조합이 청산을 미루는 가장 큰 이유는 ‘소송’이다. 주로 기부채납을 두고 구와 소송을 벌이거나, 학교용지부담금 부과가 과하다며 처분취소 소송을 거는 경우다. 일반분양 수익금을 과도하게 챙겨갔다며 조합이 시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거는 사례도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 임원들이 의도적으로 해산을 연기하고 급여, 퇴직금·성과금 등으로 조합 자금을 사용해왔다”며 “조합 청산을 연기하기 위한 목적의 ‘나이롱 소송’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개정 도시정비법에는 건설사가 조합원들에게 이사비 제공, 재건축부담금 대납 등 시공과 관련 없는 사항을 제안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도 들어갔다. 건설사가 조합원에 허위·과장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금지된다. 이를 어기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허위·과장 정보로 주민이 피해를 본 경우 건설사는 손해배상 책임을 지며, 시공과 관련 없는 사항을 제안하면 시공사 선정 취소, 공사비 20% 이내의 과징금, 2년간 정비사업 입찰 제한 등의 조치를 받을 수 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