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내 부동산 중개업소에 양도세 종부세 상담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한경DB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내 부동산 중개업소에 양도세 종부세 상담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한경DB
아무래도 오래된 아파트보다 새 아파트에서 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죠. 이 때문에 노후 아파트 밀집 지역에 신규 아파트 단지가 형성되면 가격이나 수요 측면에서 강세를 띨 수밖에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일부 지역에선 노후 아파트와 신규 단지 간 가격 격차가 벌어지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고요. 하지만 지역 내 새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가 이어지다 보니 건설사들도 이런 지역의 문을 꾸준히 두드리고 있습니다.

11일 부동산R114와 포애드원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전국의 5년 이하 새 아파트의 가구당 평균 가격은 9억6480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같은 기간 10년 초과 노후 아파트(6억8224만원)보다 약 2억8000만원 이상 높은 가격이죠.

노후 아파트 비율이 전체의 약 78%인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의 경우 올 4월 기준 새 아파트와 노후 아파트의 가격 차이는 4억1600만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현재 영통구에선 광교 중흥S클래스(2019년 5월 입주)가 가장 높은 평당(3.3㎡)가(4993만원)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KB부동산시세 자료를 보면 올 5월 기준 해당 단지 전용면적 84㎡의 매매가 시세는 17억원으로, 5억원 중후반대에 형성됐던 분양가에 비해 10억원 이상이 뛰었답니다.

또 노후 아파트 비율이 전체의 약 86%에 달하는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의 철산 센트럴 푸르지오(2021년 3월 입주)의 평당 시세는 4537만원으로, 인근 도보 거리에 자리한 철산 푸르지오 하늘채(2010년 2월 입주)의 시세(3435만원)와 약 1000만원 가량의 차이가 벌어져 있습니다.

포애드원 관계자는 “최근 몇 년 간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신규 단지가 분양되고 있지만 새 아파트의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 입주 시점엔 기존 아파트 매매가를 넘어서는 프리미엄이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이런 특성을 갖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관심도 높습니다. 올 1월 서울 강북구 일원에서 분양된 북서울자이 폴라리스는 295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만157건이 접수돼 1순위 평균 34.4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동안 ‘공급 가뭄’이 극심했던 서울에서 분양된 새 아파트인 만큼 단기간 높은 관심을 끌어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강북구의 경우 5년 이하 새 아파트가 전체 물량의 3.95%에 불과한 상황이랍니다.

또 같은 달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일원에서 분양된 안양 어반포레 자연&e편한세상의 경우 214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3939건이 접수돼 18.41 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습니다. 만안구 역시 새 아파트 비율이 전체의 약 6.87%에 그치고 있습니다.

건설사 관계자는 “노후 아파트가 많은 지역에 들어서는 새 아파트는 기존 단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내부 설계와 커뮤니티 시설 등이 도입돼 분양과 동시에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며 “특히 기존 생활 반경을 벗어나고 싶지 않은 주민들의 갈아타기 수요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올해도 노후 아파트들이 많은 지역에 몇몇 새 아파트 단지가 공급됩니다. 대우건설이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 짓는 영통 푸르지오 트레센츠, 영통 푸르지오 파인베르와 GS건설이 충북 제천시의 미니복합타운에 짓는 제천자이 더 스카이가 대표적입니다. 현대건설도 경북 포항시 북구 양덕동 일대에 힐스테이트 환호공원을 분양합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