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파행이 진실 게임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조합이 특정 마감재 업체를 선정하도록 요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가운데 시공사업단이 조합의 지정업체 리스트를 공개하며 정면 반박에 나섰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은 "조합이 특정 업체의 마감재를 지정하는 공문을 발송해 특정 업체 사용을 강요하고 있다"며 22일 조합이 발송한 지정업체 명단을 공개했다. 공개된 조합의 공문에는 티엔에스, 유로세라믹, 일신석재 등 업체와 브랜드가 명시되거나 "아파트 건설에 필요한 창호에서 LG하우시스가 제조한 제품을 제외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시공사업단은 "일반적으로 착공 전 조합과 마감재를 확정하는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견본주택에 적용하는 과정으로 공사가 시작되면 자재를 발주하고 시공하게 된다"며 "조합은 전임 조합에서 결정하고 견본주택에 적용한 마감재에 대해 승인을 반려하고 특정 업체를 지정하는 공문을 발송해 정상적인 공사 진행을 하지 못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전 조합에서 합의를 마친 경량충격음 1급, 중량 충격음 2급 층간차음재에 대해서도 공인성능인정서조차 없는 업체의 제품 적용을 요구하는가 하면 친환경무기질도료에 대해서도 계약을 마친 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 적용을 일방적으로 주장했다"고 밝혔다. 마감재가 확정된 후 집행부가 교체된 조합이 특정 업체 제품 선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특정 브랜드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실제로는 업체 리스트를 발송해 사용을 강요하고 있다"며 "추가 비용과 차액을 지급하겠다고 말하지만, 조합원들에게는 추가 분담금 없는 고급화를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일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측 관계자는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대부분의 재건축 현장에서 마감재 선택은 조합이 투표로 하고, (선택된 마감재를 납품할) 회사를 선정하는 것은 시공사가 입찰로 한다. 둔촌주공도 그 절차를 따를 것"이라며 "조합은 좋은 제품을 채용해달라는 것이지 (특정) 브랜드를 요구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이 발송했다며 시공사업단이 공개한 마감재 품목·업체 명단. 사진=시공사업단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이 발송했다며 시공사업단이 공개한 마감재 품목·업체 명단. 사진=시공사업단
이 자리에서 조합은 공사 중단의 원인이 된 공사비 증액 문제를 두고도 "지난해 10월부터 시공사가 원하는 금액인 3조2000억원을 그대로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며 "계약 절차에 문제가 많으니 계약서를 새로 쓰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시공사업단이 조합은 조합원 커뮤니티에서 공사비 3조2000억원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며 증액된 공사비를 수용한다는 조합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삼프로TV에 출연한 조합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전임 조합장이 임의 날인한 3조3300억원을 지불해야 하느냐, 한국감정원(한국부동산원)이 권고한 3조400억원을 지불해야 하느냐'며 공사비를 감액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조합원 커뮤니티에 작성한 바 있다. 이후로도 '공사계약서에 한국감정원의 감액 권고가 미반영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면서 "조합 총회에서 고급화 설계 영상을 홍보하면서까지 마감재 고급화만 계속 주장하는지 의문스럽다"며 "고급화라는 명분으로 업체와 결탁, 이에 드는 비용은 조합원들에게 전가하는 전형적인 재건축 사업의 비리 행태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강조했다.

시공사업단은 "공사 변경 계약을 부정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각종 마감재를 특정 업체에 몰아주기 위해서라고 판단된다"며 "현 상황에 당 시공사업단은 우려를 표하며 빠른 사업 정상화를 위하여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