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우성9차를 리모델링해 지난달 10일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더샵트리에 아파트.  은정진  기자
개포우성9차를 리모델링해 지난달 10일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더샵트리에 아파트. 은정진 기자
“아직 입주 초기여서인지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전세 매물은 생각보다 많이 쌓이고 있습니다.”(개포동 U부동산 대표)

18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 더샵트리에’ 인근 중개업소들은 다소 한산한 분위기였다. 다음달까지 새학기 시작과 맞물려 이사 수요가 많은 시기이지만 임대차 문의가 많지 않다. 대출 규제로 잔금(분담금) 마련이 어려운 집주인들이 임대로 전환하면서 최근 전·월세 매물이 빠르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단지는 리모델링을 마치고 지난달 10일부터 집들이를 시작했다.

7년 만의 강남 리모델링 입주

대출 못받으니…'개포 더샵' 전세 매물 쌓여
개포 더샵트리에는 1991년 준공된 개포우성9차를 리모델링한 단지다. 지하 3층~지상 16층, 2개 동, 232가구(전용면적 105·108㎡)로 이뤄져 있다. 2014년 강남구 청담동 ‘청담 래미안 로이뷰(옛 청담 두산아파트)’ 리모델링 공사가 끝난 후 7년 만에 강남권에 나온 리모델링 입주 단지다.

이 단지는 일반분양 없이 1 대 1로 수평증축 리모델링을 진행해 가구수는 그대로다.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이 발코니 등 기존 건물의 40% 이상을 철거한 뒤 새 건물을 덧대 확장했다. 기존 전용면적 81·84㎡의 가구들이 105·108㎡대로 커졌다. 또 단지 중앙을 파 주차장을 만들었다. 주차공간은 기존 122대에서 311대로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현재 이 아파트 전용 108㎡ 매매 호가는 31억~33억원에 형성돼 있다. 리모델링 완공 이전인 작년 7월 전용 84㎡가 28억8500만원에 매매된 것과 비교하면 4억~5억원 정도 올랐다. 1984년 지어진 인근 현대1차 전용 128㎡(32억원), 경남아파트 전용 123㎡(34억5000만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리모델링에 따른 준신축 효과도 있었지만 평형대 확대에 따른 상승이라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개포동 K중개업소 관계자는 “원래 전용 84㎡에서 전용 108㎡로 넓어지면서 가격이 오른 것”이라며 “가구당 리모델링 분담금이 3억6000만~4억원 수준이었기 때문에 예상보다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입주 초기여서 전세 매물 많아

개포 더샵트리에 가구수는 주변 우성3차(405가구), 경남아파트(678가구), 현대1차(416가구)보다 작다. 하지만 교통과 주변 교육시설 접근성은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인분당선 구룡역까지 도보로 5~7분, 서울지하철 3호선 도곡역까지 도보 15분 거리다. 단지에서 길을 건너자마자 개일초, 구룡중, 개포고가 둘러싸고 있다. 단지 북쪽으로 양재천 수변공원이 있고, 서울 주요 학군인 대치동과도 가깝다.

현재 232가구 중 100여 가구만 입주를 마친 상태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전세 매물은 60~70건가량 나와 있다. 매물이 쌓이면서 전세가도 낮아지는 모습이다. 이 단지 전용 105㎡의 전세 호가는 현재 15억~16억원 수준이다. 14억원에 급매로 나온 매물도 있었다. 인근 중개업소들이 입주 전인 지난해 10~11월 22억~23억원을 예상했던 것보다 7억원 이상 떨어졌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와 이자율 상승 등으로 잔금을 마련하지 못한 집주인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전세 매물을 내놓고 있어서다. 단지 인근 U중개업소 관계자는 “당장 팔면 양도소득세가 많은 데다 잔금 연체 시 이자율이 높아 전세로 돌린 사람이 많다”며 “반면 수요자들은 전세 물량이 많다 보니 2월 3일 입주 마감일까지 가격이 더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오히려 전세를 싸게 구할 수 있는 기회라는 얘기도 나온다. 2020년 입주한 인근 개포래미안포레스트와 2019년 입주한 레미안블레스티지의 전용 84㎡ 전세 시세는 15억~16억원으로 개포 더샵트리에 전용 105㎡ 호가와 비슷하다. K중개업소 관계자는 “리모델링한 준신축 아파트여서 입주 마감이 다가올수록 전세 매물이 빠질 것”이라며 “가능하면 실입주하겠다는 집주인도 늘고 있다”고 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