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임대인 대책' 1가구1주택, 공시가 9억 이하로 한정
"시세대로 전월세 못 받는 데 비해 큰 혜택 아니다" 지적
서울 마포구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매, 전세 등 매물 안내문이 붙여있다.  사진=뉴스1

서울 마포구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매, 전세 등 매물 안내문이 붙여있다. 사진=뉴스1

정부가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 ‘상생임대인 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정책의 실효성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대책을 '1주택자'와 '공시지가 9억원 이하 주택'에만 적용하는 탓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일 상생임대인 대책을 포함한 '2022년 경제정책방향'을 내놨다. 상생임대인이란 집주인이 임대료를 5% 이내로 올려 전월세 계약을 맺으면 양도소득세 비과세 특례 적용을 위한 실거주 요건 2년 중 1년을 인정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게 골자다.

임대차2법 시행 2주년인 내년 8월 계약갱신기간이 끝난 매물이 몸값을 대거 올려 전세 시장에 쏟아질 것을 우려해 내놓은 대책으로 풀이된다. 그간 부동산 업계는 현재 전월세 시장에 이중가격 형성이 심각해 내년 8월이면 전세가가 대폭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 대해선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상생임대인 대책은 임대차 시장을 움직이는 다주택자를 배제하는 데다 공시지가 9억원 이하 주택에만 적용된다. 기존에 1년6개월 이상 임대차 계약을 맺어온 주택의 집주인만 상생임대인 대책 적용 대상이 된다.

서울 마포구 창전동의 중개업소 관계자는 "공시지가 9억원 이하 주택을 보유한 1가구1주택자가 예전부터 자신의 집을 전세로 내놨었고, 내년 중 재계약을 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내년엔 공시지가도 더 오를 텐데 이 조건에 해당하는 사람이 몇이나 남을 것 같느냐"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는 "집값 상승과 공시지가 현실화가 맞물려 인근의 전용 84㎡ 아파트 상당수가 공시가 9억원에 근접했다"며 "자기 집을 세 놓은 1주택자도 드물지만 내년에는 공시지가 맞추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2년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2년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거래된 서울 아파트 가운데 매매 가격이 9억원을 넘는 주택은 36.48%에 달한다.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도 10억8000만원까지 상승했다.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이 집계한 평균 매매가격도 12억3729만원에 달했다.

인근의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도 "상생임대인 대상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대부분 소유 주택의 전세금을 올려 실제 거주하는 집의 전세금을 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실거주 1년을 채우는 게 큰 혜택으로 와닿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양도세를 깎아준다는 개념도 이해하기 어렵다. 공시지가 9억원 이하면 애초에 낼 세금이 많지 않다"며 "더군다나 1주택자가 대상 아니냐. 집 한 채 가진 사람에게 무주택자가 되라고 권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전문가들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상이 지나치게 협소한 탓에 전월세 시장에 큰 효과를 주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계약갱신청구를 거절하는 사례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한 정책으로 보이지만, 임대료를 시세대로 못 올리는 것에 비하면 큰 혜택은 아니다"라면서 "다주택자에게까지 확대 적용된다면 달라질 수 있지만, 지금 상황에선 전체 임대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실장도 "조정지역이 아닌 지역에선 큰 의미가 없다"며 "1주택자에게 수혜를 집중하고자 한 것 같지만, 잉여주택 보유자인 다주택자로 대상을 확대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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