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집 분양가가 공개되자 임차인이 비싼 분양가를 감당하지 못해 10년 동안 월세만 부담하고 퇴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뉴스1
누구나집 분양가가 공개되자 임차인이 비싼 분양가를 감당하지 못해 10년 동안 월세만 부담하고 퇴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뉴스1
"얼마나 으리으리한 집이길래 분양가가 8억원입니까?" "5억8000만원 아니고 8억5000만원이라구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분양가로 내놓으세요."

청년·신혼부부 등 무주택자가 임대료를 내며 10년 장기 거주하고 사전에 확정한 분양가로 분양받는 '누구나집' 사업이 재차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였다. 누구나집 관련 보도에는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80% 수준으로 정한다는 당초 설명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누리꾼들의 지적이 쏟아졌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인천도시공사(iH)는 누구나집 시범사업지 6개의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사업지별 사전 확정분양가도 함께 공개됐다. 전용 84㎡ 아파트를 기준으로 의왕초평 A2지구 8억5000만원, 화성능동 A1지구 7억400만원, 인천검단 AA30지구 5억9400만원, 인천검단 AA31지구 6억1300만원이다.

분양가가 공개되자 가격이 비싸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실거래가가 확정분양가와 비슷하거나 낮기 때문이다. 의왕초평 인근 전용 84㎡ 아파트는 지난 7월 6억7000만원(송부센트럴시티)과 8월 8억5000만원(휴먼시아5단지)에 거래된 바 있다.

화성능동은 9월 6억9800만원(서동탄역파크자이2차), 10월 7억5000만원(서동탄역파크자이)을 기록했다. 인천검단의 경우도 지난 10월 인천 검단힐스테이트 5차가 5억7000만원에 거래됐고, 11월에는 검단우방아이유쉘이 4억5000만원에 매매됐다.
정부가 '누구나집'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사진=국토교통부
정부가 '누구나집'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사진=국토교통부
이에 대해 국토부는 "약 13년 이후 분양되는 주택가격을 현 시점에서 정한 가격으로,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고분양가라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누구나집 분양가는 현재 기준이 아닌 13년 뒤를 기준으로 한다. 아파트를 짓고 10년 장기 거주를 마친 다음 분양을 받을 때 매겨지는 가격인 셈이다.

국토부는 누구나집 확정분양가에 연 1.5% 상승률을 적용했다. 13년간 집값이 연 1.5%씩 오른다는 것인데, 여기서 발생하는 현재 분양가와의 차액은 건설사 이윤으로 돌아간다. 누구나집이 민간사업으로 진행되는 만큼 민간사업자의 이윤을 보장해야 한다는 논리다.

집값이 연 1.5%씩 13년간 상승하면 약 21%가 오른다. 이를 역산해 상승분을 빼면 현재 기준의 분양가를 도출할 수 있다. 확정분양가를 역산하면 현재 기준의 분양가는 의왕초평 7억800만원, 화성능동 5억8600만원, 인천검단 4억9500만~5억1000만원 수준이다. "누구나집 분양가는 시세가 아니라 '시세의 80%선인 감정평가액의 120%'를 적용한다"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설명에 부합하는 가격으로 볼 수 있다.
누구나집은 13년간 연 1.5%의 상승률을 적용해 민간사업자의 이익을 보장한다. 임차인은 집값이 연 1.5% 이상 올라야 시세차익을 낼 수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누구나집은 13년간 연 1.5%의 상승률을 적용해 민간사업자의 이익을 보장한다. 임차인은 집값이 연 1.5% 이상 올라야 시세차익을 낼 수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다만 최근 크게 오른 집값이 누구나집에도 반영됐고, 집값이 추가 상승할 것을 전제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19년 기준으로 의왕초평은 4억원대, 화성능동과 인천검단은 3억원대 시세를 보였다. 정부가 집값 고점론을 펼치면서 청년·신혼부부 등 무주택자에게 고점에 해당하는 가격을 제시한 격이다.

더불어 10년간 거주하며 임대료를 내는 부분은 가격에 반영되지 않았다. 누구나집은 주변 시세의 85% 수준으로 책정될 월 임대료를 내며 살아야 한다. 향후 집값이 매년 1.5%씩 상승할 것이라는 전제도 그간 정부가 펼친 집값 고점론과 어긋난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돈 없는 청년·신혼부부가 10년간 월세를 내면서 8억원을 모을 수 있겠느냐.", "저 돈이면 지금도 서울에 더 근접한 경기도에 살 수 있다.", "집값 떨어진다더니 팔 때는 오를거라고 하느냐.", "10년 월세내고 살다 나가라는 의미냐. 무주택 서민 그만 울려라" 등 비판이 이어졌다.

이은형 대한건설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앞으로도 주택 가격이 상승한다는 전제를 해야 저렴한 가격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이 아쉽다"며 "임차인이 분양전환까지 10년간 내는 임대료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