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1억원 미만 아파트, 하반기 129건 팔려
세금·초기자본 부담 적어…비규제지역 매력도
원주시 아파트 매매, 10명 가운데 4명 ‘외지인’
강원도 원주시 단계동에 있는 세경3차 아파트 전경 사진=이송렬 기자

강원도 원주시 단계동에 있는 세경3차 아파트 전경 사진=이송렬 기자

"매물이 다 떨어졌는 데도 걸려온 전화가 수십 통이에요. 피(프리미엄)를 500만~700만원 더 주고 사겠다고 줄을 섰습니다."(강원도 원주시 단계동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대표)

강원도 원주시에 있는 한 아파트가 불티나게 거래되고 있다. 이 단지는 지난달부터 불과 1달 만에 130건 가까이 손바뀜 했다. 상반기(1~6월) 60건이 거래된 것에 비하면 두 배 넘게 늘어난 수준이다. 세금과 초기 자본금 부담이 적고, 강원도가 비규제지역이라는 점이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요인으로 지목된다.
원주시 단계동 세경3차…하반기 들어 130가구 손바뀜
31일 강원도 원주시 일선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단계동에 있는 '세경 3차' 아파트는 하반기(7~8월) 들어 총 129건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올 상반기 거래량 60건보다 두 배 이상 폭증했다.

이 단지는 1996년에 지어진 아파트로 3개동, 420가구로 이뤄져 있다. 전용 59㎡ 단일 면적이다. 장기임대아파트로 조건을 갖춘 가구에 먼저 분양 전환했고, 조건을 맞추지 못해 남은 가구들은 지난해 3월부터 일반에 분양했다.

단지는 지난 25일 1억2600만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새로 썼다. 이전 신고가인 1억230만원보다 2300만원가량이 오른 수준이다. 전셋값도 덩달아 뛰고 있다. 지난달 9000만원 후반에 형성됐던 전셋값은 이달 들어 1억원으로 올라섰다. 적은 돈으로 아파트를 사려는 갭투자(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사는 것)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단 설명이다.

원주시 단계동 한 공인 중개 대표는 "대부분 외지 사람들이 와서 매물을 싹 쓸어갔다. 이달 중순 들어 100개가 넘는 매물이 나갔다"며 "매물이 없는데도 프리미엄을 300만~700만원을 더 주고서라도 사겠다고 연락처를 남겨놓은 사람이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세경3차가 주목을 받으면서 주변 공시가 1억원 미만 단지들의 집값도 덩달아 올랐다. 세경3차 인근 장미아파트(194가구) 전용 59㎡는 지난 24일 1억2600만원에 거래돼 전고점인 1억450만원을 경신했고, 단계삼익 전용 84㎡도 지난달 1억75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썼다.

단계동 또 다른 공인 중개 관계자는 "세경3차에 관심이 쏠리면서 인근 공시가 1억원 미만 아파트에도 투자자들이 기웃거리고 있다"며 "하지만 주변 아파트들은 물량이 적어 이미 다 소진되고 없는 상태"라고 했다.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전경. /뉴스1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전경. /뉴스1

공시가 1억원 미만 아파트, 세금 부담 적어…강원도, 비규제지역 매력
해당 단지가 투자자들이 타깃이 된 이유는 세금 부담이 적어서다. 공시가 1억원 미만 아파트는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취득세 중과 규제를 받지 않는다. 정부는 작년 7·10 부동산 대책에서 다주택자가 집을 사면 취득세를 더 부담하도록 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2주택자는 8%, 3주택자 이상은 12%를 더 매긴다. 하지만 공시가 1억원 미만 아파트는 다주택자가 매입해도 1.1%의 취득세만 내면 된다.

전셋값이 높아 초기 자본금이 덜 드는 점도 투자자들이 몰린 이유로 지목된다. 세경3차 매맷값은 최고가 기준 1억2600만원인데, 전셋값은 1억원이다.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의 비율을 나타내는 전세가율이 79%다. 전세가율이 80~90% 정도면 적은 돈으로도 갭투자가 가능하다.

강원도가 '규제 무풍 지역'인 점도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 비규제지역은 대출과 세금 규제가 규제지역보다 훨씬 덜하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발생하는 입주 의무 등도 없다. 서울에 집이 있더라도 비규제지역인 강원도에 처음 집을 구매하는 것이라면 공시가 1억원 이상이어도 취득세 1.1%를 적용받는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강원 원주로 몰리는 외지인
외지인이 강원도 원주 매물을 쓸어가고 있는 점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최근 3개월 외지인 매매 증가지역 4위에 강원 원주시가 이름을 올렸다. 전체 거래 3125건 중 1010건(38.4%)이 외지인 거래로 나타났다. 원주에서 부동산 거래를 한 10명 가운데 4명이 다른 지역 사람인 것이다.

강원도 내에서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거래를 한 곳도 원주시였다. 최근 3개월 외지인 거래 1010건 가운데 23.4%인 237건은 서울 거주자들이 한 거래였다.

원주시에서는 갭투자도 활발하게 일어났다. 올 1월 갭투자 비율이 4%(1018건 중 44건)에 불과했던 원주시는 지난 6월 이 비율이 13%(882건 중 123건)로 9%포인트 급등했다. 다만 지난달엔 7%(1013건 중 76건)로 소폭 감소했다.

아파트 매수심리도 살아나고 있다. 강원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달 103.6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다 이달 둘째 주(9일 기준) 107.3을 기록했다. 매매수급지수는 0~200 사이의 숫자로 나타나는데, 100을 넘으면 수요가 더 많다는 뜻이다.

원주=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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