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의 매입임대주택 공급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매입임대주택 사업이 공공택지에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이유에서다.

경실련 "무분별한 SH 매입임대주택 공급 중단해야"
경실련은 26일 서울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H공사가 지난 19년 동안 다가구 등 주택 2만 가구를 총 4조원에 구입했다”며 “서울시와 SH공사가 무분별하게 기존 주택을 사들이며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SH공사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SH공사 매입임대 현황 자료’를 토대로 매입임대주택의 취득가, 정부보조금, 장부가 등을 연도별, 서울시장 재임 기간별, 지역별, 단가별 등으로 나눠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SH공사는 지난 19년 동안 다가구 등 주택 2만 가구를 가구당 1억9000만원에 사들였다. 유형별로는 다가구가 66%, 도시형 생활주택이 26%, 사회주택이 1%를 차지했다.

SH공사가 개발한 내곡, 수서, 위례 등 공공택지의 아파트 건설 원가는 3.3㎡당 평균 930만원으로 분석됐다. 반면 매입임대주택의 취득가는 문재인 정부 이후 3.3㎡당 평균 1640만원으로 공공택지 아파트에 비해 1.8배 비쌌다. 경실련은 “공공택지에 아파트를 직접 공급하면 같은 예산으로 싸고 질 좋은 공공주택을 두 배 더 공급할 수 있다”며 “자산 가치도 아파트가 다가구주택보다 더 높다”고 설명했다.

매입임대주택은 특정 지역에 편중돼 공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동구가 전체 매입 가구의 11%인 2256가구로,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았다. 서울 금천구·성북구·구로구·도봉구 등 상위 5개 자치구에 전체의 43%가 몰렸다.

경실련은 매입임대주택 공실률이 24%로 높은 상태라고 분석했다. 경실련은 “특정 지역에 편중된 매입임대주택은 과다한 공실로 이어졌다”며 “가격은 적정한지, 수요에 따라 공급이 적절히 이뤄졌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SH공사 매입임대주택 재고의 84%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기간에 매입됐다.

경실련은 “기존 주택을 고가로 매입하는 것은 예산 낭비와 부패를 유발할 수 있다”며 “집값 거품이 빠지기 전까지 매입임대주택 공급 방식의 중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H공사는 “매입임대주택은 주로 수급자, 한부모 가정,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시세의 30~50% 수준으로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며 “영구임대아파트 공급이 한정된 상황에서 주거 취약계층의 신속한 주거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공공택지아파트는 토지 매입부터 준공까지 수년이 걸리는 데 비해 매입임대주택은 준공된 주택이어서 바로 입주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