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서울지역에서 준공한 지 2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값이 신축 아파트보다 두 배가량 더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완화 기대감에 재건축 단지로 매수세가 쏠렸다는 분석이다.

'재건축' 노후 아파트에 투자 수요
14일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서 준공 20년 초과 아파트값은 올해 상반기(1∼6월) 3.06%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준공 5년 이하 신축 아파트 상승률(1.58%)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서울 전체 아파트값 상승률은 2.29%였다.

권역별로 살펴보면 노후 아파트값은 압구정, 대치, 서초, 반포, 잠실 등 주요 재건축 단지가 몰려 있는 동남권이 3.78%로 가장 많이 올랐다. 이어 △동북권 3.15% △서남권 2.58% △서북권 2.13% △도심권 1.48% 등의 순이었다. 동북권에선 노원구 상계동 등의 주공아파트를 중심으로 재건축 추진이 활발하고, 서남권에선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에 재건축 단지가 몰려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오른 구축 아파트가 올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압구정 등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면서 상승 흐름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당선 직후 재건축 아파트값 과열 우려가 커지자 압구정, 여의도, 목동 등 4개 지역을 1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지만,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 흐름이 꺾이지 않고 있다. 주요 재건축 단지별로 살펴보면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6단지’ 전용면적 58㎡는 지난 6일 9억원(12층)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작년 12월(6억5000만∼7억4000만원) 이후 6개월 만에 1억6000만∼2억5000만원가량 올랐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준공 44년차) 전용 82㎡도 올 5월 28억1100만원(13층)에 신고가로 손바뀜했다. 1월(23억원)보다 5억원 넘게 오른 가격이다. 잠실동 A공인 대표는 “재건축 기대감에 매매 호가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며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규제를 풀어줄 것이라는 기대가 여전하다”고 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