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전세가 모여 있는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전세가격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 이번주에 2019년 7월 둘째주 이후 88주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3월 셋째주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번주(지난 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전주 대비 0.05%로 집계됐다. 지난주 0.06%보다 상승폭이 소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4구 전셋값 '주춤'…88주 만에 상승폭 가장 작아
부동산원은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강북권 일부 지역과 구축 위주로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고가 단지 위주로 매물이 쌓이면서 전체적인 상승폭이 축소 중”이라고 설명했다. 강남구와 서초·송파·강동구 등 고가 전세가 모여 있는 동남권 지역의 상승률이 뚝 떨어졌다. 이번주 동남권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0.01%로, 2019년 7월 둘째주(0.01%)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지난해 8월 첫째주 한 주 만에 0.30% 오르기도 했던 동남권 지역 전셋값 상승률은 설 연휴 이후부터 급감했다. 지난달 셋째주 0.06% 상승에 이어 △넷째주 0.05% △3월 첫째주 0.05% △둘째주 0.04% 등으로 상승폭이 계속 감소했다. 강남구는 이번주 0.01% 상승해 전주(0.05%) 대비 상승폭이 크게 줄어들었고 서초구(0.05%→0.02%) 강동구(0.04%→0.01%) 송파구(0.04%→0.02%) 등도 서울 평균 상승률을 밑돌았다.

개학 이후 학군 이사 수요가 줄면서 전세 매물이 쌓이고 호가가 내려가는 곳이 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는 이달 초 전세보증금 9억원에도 계약이 이뤄졌으나, 최근 호가는 7억원까지 떨어졌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전용 76㎡도 지난달 최고 7억2000만원에 전세 계약서를 썼으나, 현재 호가를 5억5000만원까지 내린 매물도 나왔다. 반면 중저가 단지가 모여 있는 성동·성북·노원구(각 0.09%) 및 중랑구(0.08%) 등은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유지했다.

매매가격 상승폭도 축소됐다. 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6% 올라 전주(0.07%) 대비 상승폭이 완화했다. 정부 공급대책으로 인한 물량확대 기대감에 주택담보대출 등 시장금리 상승 영향으로 매수세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25개 자치구 중 양천구(0.11%)가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목동 위주로 많이 올라 이번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노원구(0.10%)는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월계동 구축 위주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일각에선 정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공시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당분간 둔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매수 심리가 단기적으로 꺾일 것이란 분석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