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 휩쓸고 간 자리 규제만 남았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창원 의창구 가격·호가 '하락'
대구·광주 등 광역시 집값도 떨어져

집값 롤러코스터 못막은 '뒷북 규제'
상투잡은 현지인 울상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후 집값이 크게 떨어진 경남 창원 의창구의 유니시티 아파트.  /한경DB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후 집값이 크게 떨어진 경남 창원 의창구의 유니시티 아파트. /한경DB

경남 창원 의창구의 대단지 아파트 중동 ‘유니시티1단지’는 최근 8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호가는 8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한달 전 기록했던 최고점(9억2000만원) 대비 1억원 넘게 하락했다. 정부가 지난해 12·17대책을 통해 의창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한 후 이 지역에선 매물이 쌓이며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이 단지를 주로 중개하는 Y공인 김모 대표는 “지난해 12월부터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며 “고점에 집을 산 집주인들만 불안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대책으로 지방에선 몇 달 만에 집값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지역이 나오고 있다. 경남 창원과 충북 청주 등 지방 도시들부터 부산, 대구, 광주 등 광역시 지역까지 정부가 규제 지역에 포함한 곳들의 거래는 뚝 끊겼다. 지방 부동산업계는 우려했던 '거래절벽' 상황이 현실화됐다고 아우성치는 중이다.
창원·청주 등 지방 도시부터 광역시까지 집값 '뚝'
22일 현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창원 의창구 용호동에서 신축 아파트 대장격인 용지아이파크 전용 84㎡는 지난 4일 9억9000만원(8층)에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10억∼12억원에 호가가 형성됐지만, 규제지역으로 묶인 직후 매물이 쌓이며 호가가 수천만원 낮아진 상황이다. 가격이 크게 떨어졌지만 거래는 이뤄지지 않는 분위기다. 매도 희망자들은 넘쳐나지만 매수자가 없어서다.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된 창원 성산구에서는 반림동 노블파크 전용 84㎡가 지정 효력이 시작된 후 5억5000만~5억9800만원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같은 면적 종전 최고가(6억7000만원)보다 7200~1억2000만원 빠진 금액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셋째주 창원 의창·성산구의 아파트값은 모두 0.04% 하락했다. 전주(-0.01%)보다 하락폭을 키웠다. 이들 지역 아파트 값은 3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거래량도 크게 줄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의창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646건이었지만, 12월에는 535건으로 감소했다. 성산구의 경우 1552건에서 799건으로 대폭 줄었다.
대구의 아파트 단지 전경. /한경DB

대구의 아파트 단지 전경. /한경DB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곳들의 상황은 대체로 비슷한 분위기다. 대구 달서구 상인동에 우치한 송현주공3단지 전용 66㎡는 지난해 12월 7억원에 매매 계약서를 쓰면서 이 면적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조정대상지역 지정 발표 이후인 최근 매물의 호가는 6억원으로 수준으로 하락한 상황이다. 지난달에는 6억4500만원에 실거래 계약이 나와 5000만원 넘게 값이 떨어졌다.

광주 광산구에선 수완동 광주수완6차대방노블랜드 전용 84㎡가 지난해 말 6억7000만원(6층)에 매매돼 종전 최고가인 7억4500만원보다 가격이 하락했다. 광산구 T공인 관계자는 “매도인들이 호가 낮추는 것을 망설이지만 거래가 뜸해 매수자들이 없으니 급매가 나오면서 값이 내려가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피해는 상투 잡은 현지인 '몫'
최고가에 거래한 집주인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방 매매시장에서 과열 단계에서 매매에 뛰어드는 매수자들은 현지인 실수요자들이 많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소나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분양권투자 전문가는 “투자자들이 집값이 잠잠할 때 2~3번 손바뀜을 해 집값을 올려놓으면 실수요자들이 상투를 잡는 경우가 많다”며 “실수요자들은 소문에 한 템포 느릴 뿐 더러 집값이 계속 오르면 주거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더 오르기 전에 매매하자’는 심리를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중개업소에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한 중개업소에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뒷북'식 토지거래허가제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개발 호재를 예상해 과열 거래가 이뤄지고 난 뒤 실제 개발지역으로 묶이면 규제가 내려지기 때문이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려면 해당 지역의 직전 3개월 집값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1.3배를 넘어야 한다. 최소 3개월간 집값이 급등해야 지정가능해 사후규제나 나온다는 얘기다. 울산, 창원, 포항 등 전국을 누비며 치고 빠지는 투기수요를 사전에 막는 것은 애초 불가능한 것이다.

최고가에 거래한 집주인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방 매매시장에서 과열 단계에서 매매에 뛰어드는 매수자들은 현지인 실수요자들이 많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나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분양권투자 전문가는 “투자자들이 집값이 잠잠할 때 2~3번 손바뀜을 해 집값을 올려놓으면 실수요자들이 상투를 잡는 경우가 많다”며 “실수요자들은 소문에 한 템포 느릴 뿐 더러 집값이 계속 오르면 주거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더 오르기 전에 매매하자’는 심리를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뒤늦게 규제가 들어오면 투자자들은 다 빠져나간 사이 현지인 집주인들만 규제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결국 피해는 지역민들만 보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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