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무순위 청약 '줍줍' 대신 자격 강화
규제 앞두고…평택 11만명, 아산 13만명 '줍줍'

"규제 강화돼도 서울·세종 등서는 경쟁률 높을 것"
1가구를 모집하는 무순위에 약 11만명이 몰렸던 '힐스테이트 고덕 센트럴' 투시도. / 자료=현대엔지니어링

1가구를 모집하는 무순위에 약 11만명이 몰렸던 '힐스테이트 고덕 센트럴' 투시도. / 자료=현대엔지니어링

정부가 내달부터 무순위 청약의 신청 강화를 예고하면서 막판 기회를 잡으려는 수요가 몰리고 있다. 무순위 청약은 부적격 당첨자나 계약취소분 등이 남아 따로 신청을 받는 것으로 별다른 자격 조건이 없다보니 '줍는다'는 표현을 써서 '줍줍'이라고 불렸다.

무순위는 청약통장을 쓰지 않아 당첨이 되더라도 재당첨 제한이 걸리지 않는다. 기존에 주택을 보유했어도 관계없이 청약이 가능했다. 보통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서 신청을 받지만, 가구수가 적은 아파트는 해당 건설사의 홈페이지에서 받았다. 업계에서는 무순위를 통해서도 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 장기 미분양으로 넘어간다고 보고 있다.
장기 미분양 걱정했는데…무순위 청약마다 '대박'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21일 무순위 청약 강화를 발표한 이후 나오는 단지마다 높은 경쟁률을 나타내고 있다. 비규제지역이나 분양가가 낮은 편인 지역에서는 수십만명이 몰리고 있다. 분양권이 주택수로 취급되고 시세차익에 따른 양도세율이 높아졌음에도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되레 '마지막 기회'라는 전망에 '묻지마 청약'이 판을 치고 있다.

최근 1가구가 남아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던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힐스테이트 고덕 센트럴'에는 10만9029명이 청약했다. 경쟁률로는 거의 11만대 1을 기록한 셈이다. 전용면적 93㎡C형이었는데,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2억원 이상 차이가 났다.

경기도에서 화성, 평택 등 남부지역에서는 아파트 공급이 많은 편이다보니 무순위 청약도 꾸준히 나오는 지역이다. 공공 및 민간택지지구는 물론 지역주택조합 등을 통해 주택이 공급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해도 1만명 이내의 청약자에 수십대 1정도의 경쟁률이 보통이었다. 그러다가 정부의 규제 예고에 신청자수가 11만명에 달하게 됐다.
경기도 평택시 일대의 아파트들. / 자료=한경DB

경기도 평택시 일대의 아파트들. / 자료=한경DB

작년 9월 'e편한세상 비전센터포레'에서 52가구의 무순위 청약을 받았다. 당시 2196명이 지원해 42.2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12월 후분양이었던 '평택 동문 굿모닝힐 맘시티 2차'에서는 723가구를 모집하는 무순위 청약에 5187명이 몰려 7.1대 1의 평균경쟁률을 보였다.

'비싼 오피스텔'로 관심을 모았던 성남시 고등지구에 짓는 '판교밸리자이' 오피스텔에도 무순위에 청약자들이 몰렸다. 41가구를 모집하는데 총 8063명이 접수했다. 평균경쟁률 196.6대 1을 나타냈다. 분양 업계 관계자들이 "미분양으로 나올 뻔한 걸 정부 규제 강화로 털 수 있게 됐다"며 평가하고 있다.
수도권 오피스텔, 지방 아파트까지…'묻지마 청약' 판 친다
지방에서도 줍줍에 몰리기는 마찬가지다. 비규제지역인 충남 아산시에서 나온 '탕정 호반써밋 그랜드마크'의 경우 13만명이 넘는 신청자가 나왔다. 잔여세대가 275가구였는데, 13만5940명이 몰려 평균 494.3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대구에서는 최근 '중앙로역 푸르지오 더 센트럴'이 전용 84㎡ 26가구의 무순위 청약을 받는데 8716명이 접수했다. 경쟁률이 335.2대 1에 이르렀다. 여기에 '대구 힐스테이트 감삼 센트럴'은 잔여 1가구(전용 84㎡)에 대한 무순위 청약 접수를 대구 거주자에 한해 이날 받는다. 분양가격은 6억4200만원이다. 광주 운암동 한국아델리움57 에듀힐즈 무순위 청약은 청약홈에서 이날 받는다. 전용면적 84~111㎡에서 68가구가 나온다.

무순위 청약이 장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남는 세대를 대상으로 하다보니 동호수가 이미 정해져있다. 단지 내에서 저층이나 동간간섭을 받는 경우들이 있다. 당첨이 되면 바로 다음날 계약금을 치러야 하는 등 단기간에 자금을 쏟아부어야 하는 압박이 있다. 시세차익까지 수억원이 예상되는 아파트라면 세간의 관심도 부담이다.

"미분양 될뻔한 아파트, 정부 덕분에 처분"…'줍줍' 인기

지난해 수십만명이 몰렸던 서울과 세종의 무순위 청약에서 당첨자가 포기하는 사태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 성동구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3가구에 26만명이 몰렸고, 세종시 ‘세종 리더스포레 나릿재마을 2단지’는 1가구 모집에 24만9000명이 신청했지만 당첨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계약은 예비당첨자에게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무순위 물량에 대한 신청자격을 강화하는 내용의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무순위 물량의 신청자격을기존 '성년자(지역제한 없음)'에서 '해당 주택건설지역(시·군)의 무주택 세대구성원인 성년자'로 변경된다. 무순위 물량이 규제지역(투기과열, 조정대상)에서 공급된 경우에는 일반청약과 동일하게 재당첨제한을 적용한다. 투기과열지구 재당첨제한 기간은 10년, 조정대상지역은 7년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서울 및 세종 등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자격이 강화돼도 경쟁을 치열할 것으로 봤다.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수요가 많은데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경쟁률만 다소 떨어질 뿐 어차피 당첨되기는 '로또 확률'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공급이 많은 경기 남부권을 비롯해 비인기지역에서는 미분양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규제로 보인다"며 "경기도에서는 유주택자가 무순위 청약을 통해 새 아파트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1주택자도 처분조건으로 1순위 청약이 가능한데, 무순위에서 무주택으로 제한을 두는 건 모순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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