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부촌' 동부이촌동, 재건축 규제로 반사이익
대표적인 전통 부촌으로 꼽히는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아파트 거래가 신고가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 규제로 재건축과 재개발을 통한 공급이 막히면서 리모델링 추진단지가 많은 동부이촌동에서 반사이익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용산구 이촌동 아파트 시세(3.3㎡당)는 지난달 4772만원으로 6월 4584만원 대비 188만원가량 상승했다. 전용면적 84㎡ 아파트 기준 4개월여 만에 6400만원이 껑충 뛰었다.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것은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이다. 동부이촌동은 지은 지 20년 안팎인 중층 아파트가 많아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 추진이 활발하다.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떨어져 사업 진행이 부진했지만, 올해 들어 조합설립이 본격화되고 시공사 선정에 나서는 등 속도가 붙고 있다.

리모델링 대장주로 꼽히는 건영한가람(2036가구) 전용 84.96㎡는 지난 9월 19일 18억4000만원에 손바뀜했다. 6월 대비 1억원가량 상승한 가격이다. 해당 주택형에서 최근 이뤄진 두 번의 거래가 모두 신고가를 경신했다. 인근 P공인 관계자는 “지난 8월 추진위원회가 설립되는 등 리모델링이 본격화하면서 찾는 사람은 늘었지만 매물을 내놓는 집주인이 많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가람 리모델링 추진위는 내년 중 조합 설립과 시공사 선정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다.

이촌코오롱 59.8㎡ 역시 지난달 7일 14억2500만원에 거래돼 직전 최고가보다 2500만원이 더 올랐다. 이촌코오롱은 8월 강촌과 공동리모델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는 소식에 매수세가 더 몰리고 있다. 이 일대는 건영한가람을 비롯해 강촌(1001가구), 이촌코오롱(834가구), 대우(834가구), 우성(243가구) 등 5개 단지가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리모델링이 완료되면 일대가 대규모 새 아파트 촌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촌동 리모델링 추진 단지 중 가장 속도가 빠른 현대아파트(653가구·사진)도 지난달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롯데건설의 리모델링 사업 최초로 고급 주거 브랜드인 ‘르엘’이 도입된다. 이 아파트 99.1㎡는 지난 9월 16억9000만원에, 121.4㎡는 18억4998만원에 거래되며 모두 신고가를 새로 썼다. 1974년에 지어진 이 단지는 리모델링을 통해 최고 15층, 750가구로 새로 지어진다.

리모델링은 재건축·재개발과 달리 주택법을 적용받아 절차와 기준이 비교적 간단하다. 기준연한이 재건축의 절반인 15년이고 주민 동의율(66.7%), 안전진단 기준(B등급) 등 장벽이 낮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