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보호법 과속 입법에 전셋값 오르는데
전국 공급물량은 27% 감소…서울은 반토막
서울 잠실의 아파트 단지 내 상가 중개업소 매물 정보란이 텅 비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 잠실의 아파트 단지 내 상가 중개업소 매물 정보란이 텅 비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전셋값이 지역을 가리지 않고 급등하는 가운데 내년 이후 더욱 불안한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공급물량이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서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파훼하려는 집주인들까지 늘면서 전세난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0월 셋째주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0.21% 상승하면서 59주 연속 올랐다. 상승폭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불안 양상이 이어지는 중이다. 서울의 경우 69주째 오름세다.

문제는 내년부터 대부분 지역의 입주물량이 예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한다는 점이다. 전세가격은 새 아파트 공급량과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인다. 세입자들의 선택지가 줄어드는 만큼 집주인들이 높은 가격을 부를 수 있어서다.

민간 조사업체인 부동산114가 집계한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올해(36만4000가구) 대비 27% 감소한 26만5000가구다. 2022년엔 24만5000가구로 더욱 줄어든다. 공급 절정기이던 2018년(45만9000가구)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이 같은 집계는 분양하는 아파트들의 입주자모집공고를 기준으로 집계한 수치여서 사실상 확정된 물량이다. 새 아파트 공사엔 통상 2년6개월가량이 걸리기 때문이다. 올여름 분양한 단지들은 2022년 연말께 입주하고 추석을 전후로 분양한 단지들은 2023년에나 집들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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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재개발이 꽉 막힌 서울의 입주물량은 급감기에 접어든다. 지난해 4만8000가구, 올해 5만 가구가 입주했지만 내년엔 2만6000가구로 뚝 떨어진다. 2022년엔 1만6000가구로 더욱 감소한다. 경기도는 내년 10만 가구가 집들이를 할 예정이다. 올해(12만4000가구) 대비 18% 줄어든 수준이다. 2022년 예정물량은 8만 가구로 2017년 이후 5년 만에 10만 가구 이하로 떨어진다.

입주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시행을 서두른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도 전셋값 상승에 기름을 부을 전망이다. 전월세상한제는 임대료 상승폭을 5%로 제한하고 있지만 새로운 임차인과 계약을 맺을 땐 적용되지 않는다.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을 거절하면서 임차인을 바꾸면 상한선 없이 올릴 수 있는 셈이다. 앞으로 4년 동안 임대료가 묶이는 만큼 새 임대차계약을 맺을 때 이를 보전하려 들 수밖에 없다.

신축 단지에서 세입자를 들인 집주인들은 묘수를 찾고 있다. 헐값에 세입자를 받았는데 주변 임대료는 수억원 올라서다. 통상 새 아파트가 입주할 땐 집주인들이 경쟁적으로 세입자를 구하기 때문에 정상 임대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임대차계약이 맺어진다. 그러나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경과조치 없이 소급 적용되면서 싸게 세입자를 들였던 집주인들은 보증금을 4년 동안 동결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지난해 서울 고덕동 신축 아파트에 세입자를 받은 김모 씨는 “내년 만기 때 세입자를 바꾸면 앉아서 3억~4억원을 벌 수 있다”며 “계약갱신 거절이 가능한 사유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사상 초유의 전셋값 대책을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공급을 늘리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지만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없어서다. 서울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정비사업 겹규제로 중장기적인 공급 전망도 어둡다. 사흘 만에 상임위와 국회를 통과하고 유예기간 없이 시행된 임대차 관련 법안들까지 불을 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당장 전세난으로 평가할 상황은 아니지만 2010년대 초반 같은 전세난으로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셋값 불안이 이어지면 결국 매매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전국의 전세수급지수가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매매가격이 움직이는 와중에 전세수급이 맞지 않을 경우 집값이 걷잡을 수 없이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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