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 규제를 강화한 지난 ‘6·17 부동산 대책’ 이후 낮아졌던 서울 주요 지역의 갭투자 비율이 지난달 다시 높아졌다. 새 임대차보호법으로 아파트 전셋값이 오르면서 갭투자가 쉬워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갭투자는 전세를 낀 아파트 매수를 뜻한다.

전셋값 치솟자 갭투자 다시 늘었다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고가 주택이 많은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용산구 등의 갭투자 비율은 60~70%에 달했다.

주택을 매수하고서 제출하는 자금조달계획서상 임대차 보증금을 승계하는 조건이 달린 거래 비율을 집계했다. 서초구에선 총 225건의 아파트 거래 중 163건(72.4%)이 갭투자로 나타났다. 강남구는 62.2%, 송파구는 50.7%가 갭투자였다. 강남권 외에도 고가 주택이 많은 용산구는 123건 중 87건(70.7%)이 임대 보증금을 낀 갭투자였다. 지난달 수도권에선 경기 성남시 수정구(58.8%)와 중원구(51.6%) 등지에서 갭투자 비율이 50%를 넘겼다.

정부는 6·17 대책을 통해 갭투자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전세대출을 받은 뒤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하면 전세대출을 즉시 회수하도록 했다. 전세보증금을 활용한 갭투자 수요를 줄인 것이다.

강남구는 지난 6월 66.0%를 기록했던 갭투자 비율이 7월 56.5%로 떨어졌다. 서초구(58.1%→54.4%) 용산구(54.5%→42.5%) 등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갭투자 비율이 다시 상승한 것은 전셋값 급등과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셋값이 뛰면 그만큼 갭투자에 드는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계약갱신청구권제로 전세를 낀 집을 사서 실거주하기는 어려워졌지만 전세 기간이 4년(2년+2년)이 되면서 갭투자를 하기에는 오히려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