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이익 환수제 피하려다…인허가 발목잡힌 '잠실 진주'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설계변경에 따른 인허가 문제로 지연되고 있다. 예상 입주 시기가 늦어지면서 사업비 부담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20일 정비업계와 진주아파트 재건축조합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열린 서울시 건축위원회에서 진주아파트 건축심의 안건이 보류됐다. 지난 6월 열린 건축심의에서 단지를 사선형이 아니라 연도형(도로변에 인접해 짓는 설계)으로 배치하는 등의 설계 보완을 요구했지만 충실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건축위원회 재상정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추가 보완이 요구될지 혹은 조합 제출안이 받아들여질지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잠실진주는 2018년 10월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작년 8월 주민 이주까지 마쳤다. 하지만 건축심의 문제로 아직도 착공을 못하고 있다. 당초 2023년 목표였던 입주 시기가 2025년께 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게다가 보완 요구를 그대로 반영하면 용적률이 크게 감소해 사업성에 큰 타격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조합원은 “연도형 배치는 법이나 규정에도 없는 개념으로, 인근 파크리오나 엘스도 사선으로 배치됐다”며 “서울시 안대로라면 도로변 건물 층수가 10층은 낮아진다”고 주장했다.

건축설계에 대한 이견이 첨예한 것은 이 사업장이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잠실진주는 2017년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향후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전제로 사업 인허가를 진행했다. 같은 해 12월 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해 초과이익 환수제 적용을 일단 피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위한 설계안을 요구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시공사를 선정하면서 도입한 혁신·특화 설계를 포기해야 해서다. 한 조합원은 “사업기간 지연에 따른 비용 증가는 물론 스카이브리지 등 고급화 설계가 힘들어졌고 용적률도 줄어 단지 가치가 크게 하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1507가구인 잠실진주는 재건축 후 2870가구로 거듭난다. 단지 앞에 144만㎡ 규모의 올림픽공원이 있고, 지하철 잠실역 잠실나루역 몽촌토성역 등이 가깝다.

인근 미성·크로바도 진주아파트와 비슷한 처지다. 이들 단지도 조만간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위한 설계변경을 확정하고 서울시에 건축심의를 신청할 계획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주까지 마친 단지의 재건축 사업이 크게 지연되면 주변에 주택 공급난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