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범어동 일대 아파트 밀집지역. 한경DB
대구 수성구 범어동 일대 아파트 밀집지역. 한경DB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에서 중형(전용면적 84㎡ 기준) 아파트값이 주택담보대출 금지선인 15억원을 넘긴 사례가 나왔다. 대구는 물론이고 지방 광역시에서 중형 면적 매매가가 15억원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8일 대구 수성구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수성구 범어동 ‘빌리브범어’ 전용 84㎡(8층)가 지난달 말 15억3000만원에 팔렸다. 지난 7월 기록했던 신고가(13억5000만원)가 한달 만에 깨진 데다 대출금지선인 15억원도 넘어섰다.

이번 거래가격은 대구는 물론이고 지방 광역시에서 처음으로 전용 84㎡ 기준으로 15억원을 넘긴 사례다. 대구 수성구는 투기과열지구로 대구에서 유일하게 규제지역으로 묶여 있다. 지방 광역시에서 규제지역인 곳은 대전 정도가 더 있다.

통상 주택 가격 15억원은 초고가 아파트로 분류되는 심리적 장벽 역할을 한다. 아예 대출이 나오지 않아 수요층이 극히 제한되기 때문이다. 서울을 제외한 지방에서도 대도시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전용 84㎡ 이하 아파트가 15억원을 넘겨 거래되는 경우가 등장하면서 입지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 수성구, 지방 광역시 첫 15억 돌파

지방 중형 아파트에서 15억원이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자 유일하다. 대구에서 올해 15억원 이상으로 매매된 아파트는 모두 수성구 일대에서 나왔다. 범어동 두산위브더제니스(23억8000만원)와 황금동의 태왕아더스(20억7000만원), 범어동 유림 노르웨이숲(19억5000만원)가 등이 있지만 이들 모두 60평 이상의 초대형 면적 아파트였다.

대구와 비교되는 부산의 경우, 전용 84㎡기준으로 고가의 아파트는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타운(13억9000만원)과 해운대 일대의 아파트인 해운대센트럴푸르지오(12억1290만원), 트럼프월드센텀(12억1000만원) 등이다. 이들 모두 10억원을 넘긴했지만 대출금지선인 15억원을 넘긴 적은 없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방 광역시에서도 학군 인기 지역 등을 중심으로 고가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면서 주거 양극화가 심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은 경신 중·고교와 대구여고 등 명문 학교는 물론 관련 학원가가 밀집돼 있어 대구에서 학군 수요가 가장 많은 지역에 속한다. 이 지역에서도 빌리브범어는 입주한 지 3년가량 된 신축 단지라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로 꼽혔다. 전 세대가 전용 84㎡ 중형 면적으로 이루어진 이 단지의 현재 매도 호가는 16억원대에 다다랐다.

인근 H공인 대표는 “이 단지는 교통이나 상업 인프라가 부족한 면이 있음에도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경신중·고와 작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 등의 이유로 높은 프리미엄이 형성됐다”며 “새로 매물이 나올 때마다 가격이 수천만원에서 1억원까지 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학군좋은 '범사만삼' 공급 많지 않아 집값 상승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핵가족 시대 교육에 관심이 많은 부모들이 학군지를 선호하면서 지방 대도시의 고가 아파트 집값 상승이 초슬림화돼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성구의 D공인 대표는 "규제에도 수성구 아파트 값이 건재하고 최근 이 지역 공급이 많지 않아 희소성이 높아지면서 실수요자들이 수성구 아파트로 갈아타는 분위기"라며 “수성구에서도 ‘범사만삼’(학군이 좋아 인기인 동네 두 곳, 범어4동과 만촌3동을 이르는 은어) 지역의 인기는 시장 분위기와 관계없이 늘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주(31일 기준) 대구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20% 오르며 지난 5월부터 16주 연속 상승했다. 특히 수성구(0.56%)의 가격 상승폭이 가팔랐다. 전국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