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아파트 매매에 대한 정보를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입수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에는 아파트 매매에 대한 정보를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입수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비판이나 욕을 듣는 아파트가 잘된다는 이른바 '욕세권'이라는 신조어가 떠오르고 있다. 집값이 오르고 부동산 시장에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겨난 말이다.

역과 가까운 아파트를 말하는 '역세권'에서 유래된 단어는 부동산 시장에서 빈번하게 사용되곤 했다. 숲이 가까운 '숲세권', 쇼핑몰이 가까우면 '몰세권', 병원이 가까우면 '병세권' 등의 식이다. 물리적인 거리를 두고 사용됐던 ○세권이었지만, 평판이 아파트의 가치를 재단하는 기준이 되면서 '욕세권'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과거에는 내 집 마련을 위한 정보를 주변 공인중개사나 분양하는 건설사들을 통해 입수했다. 대부분 부동산 업계 종사자들이었다. 거래가 성사되어야 이득을 취할 수 있다보니 분양예정인 아파트의 단점이나 약점 보다는 장점을 주로 얘기했다. 예비 청약자들이 단점에 대해 물어보면 대답을 잘 안해주거나 '쓸데없는 걱정' 정도로만 치부했다.

최근에는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일반인들이 많아졌고, 전문가들의 정보를 들을 수 있는 채널도 다양해졌다. 유튜브, 부동산 관련 네이버 카페, 부동산 관련 애플리케이션의 대화방,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서다. 해석과 입장이 다른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 뿐만 아니라 지역민들과 예비청약자들 등이 뒤섞여 아파트에 대한 평가를 내놓는다. 그만큼 다양한 정보를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익명성에 기대 과도하게 의견을 피력하는 경우다. '무조건 좋다' 혹은 '무조건 나쁘다'로 의견이 갈리는 아파트의 경우 치열한 논쟁이 붙기도 한다. "○○아파트 분양받아도 될까요?", "○○아파트 vs△△아파트 어디가 좋을까요?", "○○아파트 분양가 너무 비싼거 아닌가요"… 등의 질문이 뜨면 댓글은 순식간에 배틀장으로 변하기도 한다. 특히 분양가가 공개되는 시기부터 1순위 청약일정이 시작되기 전까지 찬반이 팽팽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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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순위 청약경쟁률 결과에 따라 찬반의 승패가 결정된다. 이 중 고분양가나 논란이 되는 조건에도 결과가 좋았다면 '역시 욕먹는 아파트가 잘된다', '욕하면서도 청약한다', '욕하시는 분들은 경쟁률 떨어트리려고 한 거 맞죠?' 등의 게시글들이 올라오면서 '욕세권'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더군다나 지난해부터 '묻지마 청약'이 우려될 정도로 청약시장이 과열되고 있다. 분양가가 높건, 단지의 단점이 있건 따지지 않고 청약자들이 몰리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욕세권 아파트의 위상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주요 부동산 카페 관계자는 "과거에는 분양대행사들이 아파트 광고성 글들을 티나게 올리다보니 삭제조치를 하는 경우들이 있었다"면서도 "최근 아파트에 대한 평가글들이 다양한데, 글 목록들을 보면 평소에 많이 활동하는 일반회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단지에 대한 비방글을 올리는 회원에 대해서는 "순수한 평가도 있지만, 경쟁 아파트의 관계자가 경쟁률 떨어트리려고 의도하는 경우도 실제 있다"며 "과거와 달리 정확한 어떤 사람들이라고 특정하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분양 업계 관계자는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얘기도 있지 않냐"며 "욕을 먹더라도 치열한 논쟁거리가 되는 아파트는 그만큼 청약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의미다"라고 해석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단점이 많은 아파트는 그만큼 가치가 높아지기 어려운 요인이 있다는 얘기"라며 "실수요자 입장에서 신중한 청약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