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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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 규제 중에서 '투기지역' 제도를 폐지한다.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의 규제와 중복된다고 봐서다.

투기지역은 집값 또는 토지가격이 급등하는 지역의 양도소득세를 기준시가 대신 실거래가액으로 부과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정하는 지역이다.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양도소득세를 한시적으로 중과세 부가 받게 된다. 다주택 및 비사업용 토지에 양도세가 중과세되고 대출과 같은 금융 규제를 받게 된다. 현재 서울시 15개구와 세종시가 이에 해당된다.

27일 관련업계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투기지역 지정 요건이 들어간 소득세법 시행령 168조를 일부 개정하는 방식으로 투지지역을 폐지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규제 완화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에 해당되는 규제와 다른 점이 거의 없다고 봐서다"라고 말했다.

투기지역은 2002년부터 노무현 정부 당시 도입된 제도다. 주택가격 상승률이 전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30%를 넘어서는 등의 요건이 충족되면 지정할 수 있다. 기재부 장관이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하는 지역이다. 2003년 4월 강남구가 처음으로 지정됐고 서초구, 송파구 등 전국으로 확산됐다. 그러나 2007년부터 이어진 금융위기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지역별로 해제되기 시작했다. 2012년 5월10일 '주택거래 정상화 및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의 일환으로 강남 3구까지 해제되면서 전국에 투기지역은 한 곳도 남지 않게 됐다.

투기지역이 다시 부각된 건 2017년 8월이다.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용산·성동·노원·마포·양천·영등포·강서구 등 11곳과 세종시가 투기지역으로 지정됐다. 2018년 8월에는 서울 종로구, 중구, 동대문구, 동작구 등 4곳을 추가 지정하면서 15개구로 늘어나게 됐다.

그런데 이들 지역은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에도 모두 해당된다. 투기지역은 소득세법 적용을 받다보니 대출과 세제 중심이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규제가 강화돼 사실상 규제가 큰 차이가 없는 상태다. 주택법 적용을 받는 다른 규제지역은 대출, 세제, 전매제한, 청약, 정비사업 등 주택과 관련된 모든 규제가 차등 적용되고 있다.

양도세 중과는 2017년 8·2 대책 당시 조정대상 지역에 추가되면서 투기지역보다 규제가 강해졌다. 투기지역은 1가구가 주택이나 분양권 3개 이상 보유했다가 매매시 양도소득세율 10%포인트가 추가된다. 조정대상지역은 2주택자 10%p, 3주택 이상 20%p 중과된다.

대출규제는 2018년 9·13 대책부터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구분이 없어졌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가 40%로 동일하다. 지난해 12·16 대책에 따라 15억원 초과시 주담대가 금지되며 9억원 이상은 LTV 20%를 적용한다. 주택담보대출은 '1가구 1건'으로 제한되는데 1년 이내 처분 조건으로 대출을 추가로 받을 수 있게 한 점도 같아졌다.

한편 투기지역은 주택투기지역과 토지투기지역으로 나뉜다. 그러나 토지투기지역은 지정된 적이 없다. 때문에 토지 투기지역 대신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활용하는 방안이 대안이 될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최근 정부는 서울 용산 정비창 부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