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대 국회에서 법 개정에 실패한 전·월세 임대차 신고제 도입을 올해 다시 추진한다. 지난달 국회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슈퍼 여당’의 지원을 받아 21대 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전략이다. 전·월세 신고제 도입 취지는 세입자 보호다. 하지만 집주인이 임대소득세 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월세 신고제 再추진…'임대료 상승' 부작용 우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21대 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아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최근 ‘주택임대차 신고제(전·월세 신고제) 실행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 용역도 발주했다.

법 개정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의원 입법 방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작년 8월 이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아 자동 폐기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음달 시작되는 21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할 것”이라며 “연내 국회에서 통과되면 1년의 유예기간을 둔 뒤 내년 말 시행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정부 안팎에선 177석을 차지한 슈퍼 여당이 법 개정에 적극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1주택자는 공시가격이 9억원을 넘는 경우 월세에 대한 임대소득세를 내야 한다. 2주택자부터는 집값에 상관없이 임대소득세를 내야 한다. 3주택자부터는 월세뿐 아니라 전·월세 보증금에 대해서도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집주인의 임대소득을 모두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매매 거래는 의무적으로 실거래 신고를 해야 하지만 전·월세의 경우 이런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법 개정이 이뤄지면 임대차 계약 후 한 달 이내에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해야 한다. 공인중개사를 통하지 않았다면 집주인에게 신고 의무가 있다. 정부가 모든 임대차 거래 내역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9월 기준으로 전·월세 주택 규모는 전국 692만 가구였다. 이 중 실거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건 187만 가구(27%)였다.

정부가 전·월세 신고제 ‘강행 의지’를 내보이고 있는 것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전·월세를 신고하면 자동적으로 확정일자가 부여돼 세입자의 보증금이 후순위 채권보다 앞서 보장받는다. 업계에선 정부가 세수 확대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전문가는 “지출 규모를 늘린 정부가 곳간을 채울 방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사각지대에 놓인 임대소득세는 매력적인 세원으로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월세 신고제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집주인이 임대소득세 부담을 임대료에 전가할 수 있어서다. 전체 임대시장의 85%가량을 차지하는 민간 임대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월세 신고제가 통과되면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등 추가 규제로 이어질 것”이라며 “규제 강화로 민간 임대 공급이 감소하면 수급 불안과 임대료 상승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