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경(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아파트 전경(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부동산 매매법인의 거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경고장을 날렸다. 최근 인천과 경기도 화성 등 수도권 비규제 지역을 중심으로 법인의 주택 매수 비중이 늘어나는 상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개인이 대출·세금 회피 목적으로 법인을 설립한 뒤 이를 통해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일부지역 집값 급등 등 시장 질서를 교란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인이 투자 목적으로 특정 지역의 주택을 매수한다 해도 정해진 규정을 따른다면 제재할 방법이 없어 단속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3차 실거래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강도 높은 부동산 관련 범죄행위 수사를 계속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법인 투자에 대해서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토부가 경고장을 꺼내든 이유는 최근 실거래 분석 결과 이상 징후가 잡혔기 때문이다. 김영한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최근 수도권 비규제 지역 등을 중심으로 부동산 매매법인 등 법인의 주택 매수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법인 매수비중은 인천 부평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작년 1~4월 4.1%에 불과했던 법인 매수비중은 작년 10~올해 2월 5.6%로 상승한 뒤 지난 3월에는 12.5%까지 치솟았다. 이 지역 전체 주택 거래 10건 중 1건 이상을 법인이 사들인 것이다. 인천 연수도 작년 10~올해 2월까지 법인 매수비중이 2.2%에 불과했지만 지난달 7.6%으로 급증했다.

경기도 화성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 지역은 작년 1~4월 법인 매수비중이 0.4%로 거의 없었다. 그러다 작년 10~올해 2월에 6.2%로 상승했고, 지난 달에는 9.7%를 기록했다. 경기도 군포도 작년 1~4월 1.2%에서 올해 3월 8.0%로 껑충 뛰었다. 부동산 투자자금을 업은 매매법인이 비규제 지역의 주택 매수에 나섰다고 의심할 수 있는 수치 변화다.

김영한 토지정책관은 “개인에 대해 적용되는 대출‧세제상의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동산 매매법인 등의 거래 동향을 지켜보고 있다”며 “이들 법인의 법인세 탈루, 대출규정 위반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금융위‧국세청 등 관계기관 공조를 통해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법인을 통한 주택 매수가 증가하는 이유는 개인보다 대출과 세금 규제가 덜하기 때문이다. 개인이 아파트를 팔 경우 보유 및 거주기간과 양도 차익 등에 따라 6~42%의 기본세율을 적용한다.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의 경우에는 양도세가 중과된다. 법인은 보유기간과 상관없이 10~22%의 법인세를 납부하면 된다. 아파트가 비사업용 부동산에 포함된다 해도 10%포인트만 계산하면 된다. 이를 감안해도 최고 세율이 35%다.

개인과 법인으로 종부세 납부 대상이 나뉘기 때문에 세부담도 덜 수 있다. 고가 주택을 여럿 갖고 있는 다주택자 입장에선 법인을 통한 세금 절감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때문에 법인을 통한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최근 큰 폭으로 늘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법인이 매입한 아파트는 지난해 2만4009건으로 2018년 1만8971건에 비해 26.6% 늘었다.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법인이 주택 매도를 통해 수익을 낼 경우 수익을 환수할 때 배당소득세를 부과한다. 법인 대표라 해도 개인이 법인 자금을 함부로 썼다간 처벌 받을 수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은 “법인을 통해 부동산 투자에 나서면 당장의 세금을 아낄 수 있지만 투자 수익을 개인이 다시 회수하는 게 쉽지 않다”며 “때문에 섣불리 법인을 설립해 투자에 나서는 건 금물”이라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