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될 예정인 서울 영등포 쪽방촌 일대. 국토교통부 제공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될 예정인 서울 영등포 쪽방촌 일대. 국토교통부 제공
서울 영등포 일대 쪽방촌이 공공주택사업으로 개발된다. 정부와 서울시가 일대를 정비해 행복주택과 민간분양 등으로 1200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20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영등포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 및 도시정비를 위한 공공주택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영등포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이 사업의 시행자로 참여한다.

영등포 쪽방촌은 영등포역 주변 약 360명이 살고 있는 낙후 주거지다. 1970년대 집창촌이나 여인숙 등이 주를 이루다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밀려난 빈곤층이 대거 몰려 형성됐다. 난방과 단음, 위생 등이 열악한 데다 거주민들이 우울증 등으로 자살하거나 고독사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그동안 리모델링 사업 등이 추진됐지만 쪽방 개량이 오히려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기존 주민이 쫓겨나고 그 자리에 새로운 쪽방 주민이 유입되는 빈곤의 악순환이 이어졌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이를 위해 LH와 SH를 사업시행자로 참여시키고 1만㎡ 일대를 공공임대주택과 분양주택 등 1200가구의 주택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임대주택엔 쪽방 주민들이 다시 입주한다.

사업은 2개 블록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복합시설1블록엔 쪽방 주민들을 위한 영구임대주택 370가구와 신혼부부 등을 위한 행복주택 200가구가 공급된다. 복합시설2블록엔 분양주택 600가구가 계획됐다.
영등포 쪽방촌 토지이용구상안. 국토교통부 제공
영등포 쪽방촌 토지이용구상안. 국토교통부 제공
영구임대단지엔 쪽방 주민들의 자활이나 취업 등을 지원하는 종합복지센터가 도입된다. 그간 주민들을 지원하던 무료급식소나 진료소 등 돌봄시설도 재정착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행복주택단지엔 지역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국공립 유치원과 도서관, 주민 카페 등의 편의시설이 설치된다.

이주는 ‘선(先)이주’ 방식이 적용된다. 인근에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 선이주단지를 조성한 뒤 사업 기간 동안 쪽방 주민들이 임시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공공주택이 준공되마녀 다시 영구임대주택으로 이사한다. 쪽방 주민들의 입주가 마무리되면 선이주단지를 철거하고 나머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구에 편입되는 토지 소유자들에게 거래사례 등을 고려해 정당보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상가 세입자 등 영업활동을 하는 이들에겐 영업보상이나 단지 내 상가 등을 공급해 영업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하반기 지구지정을 완료한 뒤 내년 보상을 거쳐 2023년 입주를 목표로 추진된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이를 통해 쪽방 주민들이 지금보다 2~3배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현재의 20% 수준의 임대로로 거주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낙후돼 있던 영등포 일대도 정비와 함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전망이다. 영중로 일대 노점정비와 대선제분 복합문화공간 조성, 영등포로터리 고가 철거, 신안산선 개통 등과 맞물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쪽방촌도 단계적으로 정비될 예정이다. 전국엔 영등포를 포함한 10여개의 쪽방촌이 있다. 서울시의 경우 돈의동 쪽방촌을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하고, 서울역과 남대문, 창신동 쪽방촌을 도시환경정비사업과 연계해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연내 1~2곳에 대한 지자체 제안을 받아 대상 지역을 선정한 뒤 정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