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현2구역 조합, 후분양 확정

상한제 분양가, 땅값 비중 높아
2~3년뒤 오를 가격 반영이 유리
잠실 진주·미성크로바도 '검토'
재건축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 신천동 미성·크로바아파트. 이 단지 조합은 일반분양가 수준을 높이기 위해 후분양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한경DB

재건축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 신천동 미성·크로바아파트. 이 단지 조합은 일반분양가 수준을 높이기 위해 후분양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한경DB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후분양을 밀어붙이는 단지가 늘고 있다. 분양 시점을 늦추면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오는 4월까지 주어진 상한제 유예기간 내 아파트 분양이 불가능한 서울 강남권 재건축조합과 대규모 민간개발 사업장들도 후분양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후분양 선회 사업장 잇따라

상한제 적용돼도…강북까지 "후분양하겠다"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아현뉴타운2구역 조합이 대의원회를 통해 31가구 규모의 일반분양 아파트에 대한 후분양 방식을 확정했다. 지난해 착공에 들어간 아현2구역은 지금 당장 분양이 가능한데도 4월까지 주어진 분양가 상한제 유예기간을 포기했다. 서울 강북에서 후분양을 결정한 단지는 아현2구역이 처음이다.

상한제를 적용받으면 택지비와 건축비, 적정 이윤을 따져 분양가를 정한다. 여기서 택지비 비중이 가장 높다. 후분양을 선택하면 분양 시점인 2~3년 뒤의 땅값을 분양가에 반영할 수 있어 이득이라는 게 조합의 계산이다. 마포구의 지난해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은 11.42%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에 박차를 가하는 데다 서울시가 이를 거들기로 한 것도 앞으로 땅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큰 요인이다. 아현2구역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와 정비업체 등에 자문한 결과 후분양을 하면 일반분양 가구당 2억원가량의 분양 수입이 늘어난다는 계산이 나왔다”며 “향후 정책 변동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권에서도 후분양 움직임이 활발하다. 신천동 미성·크로바 조합도 같은 이유로 후분양에 무게를 두고 있다. 철거를 진행 중인 이 단지가 상한제를 피해 4월 전 분양에 나서면 3.3㎡당 3000만원을 넘을 수 없다. 선분양에 적용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규정 때문이다. 주변 아파트 매매가격은 3.3㎡당 5000만원을 넘지만 HUG 기준에 따라 가장 최근 입주한 ‘잠실올림픽아이파크’의 평균 분양가를 토대로 3.3㎡당 2995만원 안팎에 분양가를 정해야 한다.

시공사 교체를 위해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반포동 신반포15차 조합 역시 총회에서 후분양을 의결했다. 인근 ‘아크로리버파크’ 매매가격은 3.3㎡당 1억원을 기록했지만 신반포15차가 선분양을 한다면 절반 수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해야 한다. 잠실진주 조합은 아예 조합원들에게 예상 분양가를 통보했다. 내년에 선분양하면 일반분양가는 3.3㎡당 평균 3495만원으로 예상되지만 2023년 후분양을 하면 3815만원으로 책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경우 조합의 분양 수입은 8043억원에서 8744억원으로 700억원가량 늘어난다. 조합 관계자는 “일반분양가 수준은 조합원에게 참고용으로 안내한 것”이라며 “후분양이 사업성에서 이득이 된다는 결과가 나온 만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분양보다 후분양이 유리”

서울 도심의 굵직한 개발사업들도 후분양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용산 유엔사 부지와 여의도 MBC 부지, 뚝섬4구역 개발사업 등이다. 자체 개발을 추진 중인 이들 사업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장이 아니어서 유예기간과 관계없이 이미 상한제 대상이다. 이 때문에 후분양 또는 임대 후 분양 등의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분양업계의 관측이다.

뚝섬4구역을 개발하는 부영주택은 이미 지난해 착공승인을 받아 공사를 시작했다. 선분양이 통상 착공과 동시에 분양이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후분양으로 가닥을 잡은 셈이다. 여의도 MBC 부지를 개발해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짓는 복합개발사업은 지난해 오피스텔만 분양을 끝냈다. HUG와 아파트 분양가 산정을 둘러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상황에서 상한제가 시행됐다. MBC 부지 개발사업을 맡은 신영 관계자는 “일단 선분양을 포기하고 공사를 하고 있다”며 “후분양과 임대 후 분양 등 구체적인 분양 방식은 컨소시엄 협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후분양 방식이 더 큰 이익을 보장하는 건 아니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택지비 산정의 기준이 되는 감정가격은 한국감정원의 검증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재개발·재건축은 조합이 부담해야 할 사업비도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막대한 돈을 끌어오면서 이자까지 물어야 한다. 분양 시점의 주택경기가 호황일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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