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부동산시장의 키워드는 ‘불확실성 확대’다. 연구기관 전망도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새해 서울 집값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하락을 점쳤다. 부동산시장을 연구하는 대표적인 두 기관이 서로 다른 전망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해 부동산시장을 좌우할 만한 변수로는 분양가 상한제 확대와 ‘12·16 부동산 대책’에 따른 대출 규제 등과 더불어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등이 꼽힌다.

○“내년 서울 아파트값 1.2% 상승”
[새 출발 2020 부동산 시장] 서울 vs 지방 집값 초양극화…9억~15억 아파트 하락 압력 받을 듯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새해 서울 집값이 1.0%(아파트 1.2%)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진입을 희망하는 대기 수요와 누적적인 공급 부족 심리, 학군수요 집중 등을 잠재적 상승 압력 요인으로 지목했다.

전국적으로는 상승·하락 지역이 공존하며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산연은 새해 부동산 시장을 ‘상저하고’의 키워드로 설명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상반기까지 약보합 장을 이어가다 하반기에 집값이 상승한다는 뜻이다. 주산연은 “상한제 유예와 다주택자 한시적 양도세 중과 배제가 종료되는 2분기가 새해 주택시장의 변곡점”이라고 내다봤다.

김덕례 주산연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값과 관련해 “12·16 대책 등 정부 규제를 제외하고는 다른 변수가 없어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원은 또 정부가 내놓은 대출, 조세 규제로 수요자의 주택거래와 주거이동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국의 전세가격은 하락(0.6%)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0.4%) 수도권(-0.6%) 입주물량 감소로 전세가격 하락폭이 축소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입주물량으로 전국적인 가격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주산연에 따르면 전국 입주물량은 2018년 46만 가구에서 2019년 40만 가구, 2020년 35만 가구 등으로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다.

○서울·지방 집값 초양극화 시대

전문가들은 최근 심화되고 있는 초양극화에 따라 서울과 지방 아파트값 격차는 더 벌어지고 서울 내에서도 가격 흐름에 큰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서울 외곽과 수도권 접경지역에서는 집값이 오를 여지가 있다”며 “지방은 거시경제가 워낙 나쁘고 일자리가 부족해 침체 분위기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 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양극화가 나타날 것으로 진단했다. 자사고와 특목고 폐지, 대입 정시 확대 등 교육제도 개편 영향에 강남구 대치동과 목동 등 학군 인기지역으로 집값 상승 불길이 번졌다. 목동 7단지는 전용면적 101㎡가 지난달 22일 19억9000만원에 거래되며 매매가 20억원에 근접했다. 직전 최고가인 18억5000만원(10월 16일) 대비 1억4000만원가량 뛰어오르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박형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서울 신축 아파트와 재건축·재개발 확정 아파트는 상승하고 시세 9억~15억원 아파트는 하락 압력을 받는 초극지화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는 서울과 지방 부동산에 대한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지방에 있는 아파트는 이미 4년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지방 공급물량에 대한 수급 분석을 통해 시장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강북 청약 가점 치솟을 것”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서울 전 지역의 청약 가점이 치솟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서울 강남에 이어 앞으로 공급될 강북 주요 단지까지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확대에 포함되면서다. 지난 3개월간 서울의 주요 아파트 당첨 가점은 60~70점대를 기록했다. 강북의 당첨 최저 가점도 50점 이상으로 치솟았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강남에 이어 강북의 새 아파트 진입장벽도 이전보다 높아질 것”이라며 “30대는 특별공급 청약과 역세권 기존 아파트 구매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19일 분양한 신길동 더샵파크프레스티지의 평균 당첨 가점은 68.4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8일 청약을 받은 남가좌동 DMC금호리첸시아의 평균 당첨 가점도 63.5점을 기록해 60점을 넘겼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 당첨 시 10년간 재당첨을 제한하는 등 정책에 변동이 커 ‘틈새전략’을 잘 짜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40~50점대 청약자는 입지가 다소 떨어지는 단지의 비선호 주택형을 선택해 성공률을 높이는 전략을 짜야 한다”며 “재당첨 10년 제한 등 규제 강화로 통장을 신중하게 사용해 오히려 낮은 가점대도 당첨되는 허점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가점이 30~40점대인 사회 초년생은 청약 대신 서울 역세권 기존 아파트를 노리는 게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은 “강북은 내년에는 가점이 60점은 돼야 청약을 넣어볼 수 있다”며 “청약 가점이 낮으면 기존 역세권 단지를 노리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