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들쭉날쭉…같은 구역 안에서도 상한제 엇갈려
흑석·노량진·광명…집값 상승 가파른 곳은 피했는데
압구정 등 초기단계엔 상징적 지정…"실효성 의문"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 한남동 한남뉴타운 일대.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 과정이 과열되면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으로 지정됐다. 전형진 기자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 한남동 한남뉴타운 일대.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 과정이 과열되면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으로 지정됐다. 전형진 기자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을 동(洞)별로 지정하면서 ‘핀셋’을 거론했지만 기준이 들쭉날쭉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비사업 물량이 많은 데도 상한제 지정을 피한 곳이 나오는가 하면 한 동네 안에서도 규제 적용 여부가 갈린 곳이 숱하다. 사업 절차가 사실상 10년 이상 남아 지정 실효성이 떨어지는 곳도 있다.

◆같은 동네여도 ‘동상이몽’

국토교통부가 지난 6일 발표한 분양가 상한제 대상 서울 27개 동 가운데는 강북권 4개 동이 포함됐다. 굵직한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성동구 성수동1가와 용산구 한남·보광동, 마포구 아현동 등이다. 그런데 이들 지역은 같은 구역 안에서도 상한제 지정 여부가 엇갈려 정부가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북구 성수동 일대는 성수동1가만 상한제로 묶였다. 한강변에서 유일하게 50층 아파트 건립이 가능한 이곳은 성수동1~2가에 걸쳐 네 곳에서 재개발사업이 진행 중이다. 성수1·2지구는 성수동1가에 들거나 걸쳐 있어 상한제를 적용받지만 바로 옆 3·4지구는 성수동2가에서 속해 규제를 받지 않게 됐다. 한몸이나 다름없이 사업이 진행 중인데 규제는 다르게 적용되는 것이다. 현지 A공인 관계자는 “그동안 2지구의 조합설립 지연을 이유로 나머지 1·3·4지구의 사업진행을 막아왔던 것을 감안하면 일관성이 없다”며 “주민들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집코노미] '핀셋'이라더니…한 동네여도 분양가 상한제 적용은 다르다?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한남뉴타운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용산구 한남·보광동이 대상 지역에 들면서 한남2·3·4구역이 상한제를 적용받게 됐다. 하지만 동빙고동과 주성동에 걸친 한남5구역은 빠졌다.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아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는 한남3구역을 제외하면 모두 사업 속도가 비슷한 곳들이다.

비슷한 생활권 안에서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도 나왔다. 성동구 행당동 행당7구역은 이주를 앞두고 입주권 웃돈이 5억원대로 치솟았지만 상한제를 피했다. 일부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성수전략정비구역과 대조적이다. 마포구에선 아현2구역과 공덕1구역의 상황이 반대에 놓이게 됐다. 아현동은 상한제 대상 지역에 든 반면 공덕동은 지정되지 않아서다. 아현동 B공인 관계자는 “아현2구역은 일반분양분이 53가구에 불과한데다 상한제 유예기간 안에 분양이 가능해 지정 실효성이 없다”면서 “반면 일반분양분이 500가구를 넘을 예정인 공덕1구역은 규제를 피했다”고 지적했다. 청약경쟁률과 집값 상승률이 높고 일반분양 물량이 1000가구가 넘는 곳들 가운데서 선정했다는 국토부의 설명과는 딴판이다.

◆기준 들쭉날쭉

국토부가 밝힌 상한제 지정 요건에 대입해보면 기준은 더욱 오락가락이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도시실장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어도 물량이 많지 않거나 사업 초기 단계인 곳들은 제외했다”며 “이들 지역은 사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상한제 지역으로 지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압구정동과 마천동 등 초기 단계 정비사업장이 많은 강남권 지역은 대거 상한제 대상 지역으로 지정됐다. 압구정은 조합이 설립된 재건축구역이 한 곳에 불과하고 마천동은 마천1·3·4구역이 모두 조합설립 단계다. 아현동은 일반분양을 앞둔 아현2구역을 제외하면 정비사업지가 없다. 재개발을 재추진 중인 아현동699 일대가 이제서야 정비구역 지정을 앞두고 있다. 여의도동은 아직 지구단위계획조차 나오지 않았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빨라도 10년 뒤에나 분양이 이뤄질 곳들이 많아 집값을 잡겠다는 상징적 의미를 제외하면 지정 실효성이 없다”며 “그때까지 분양가 상한제가 남아 있을지조차 모르기 때문에 주민들이 규제를 체감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그간 집값 상승세가 가파르던 노량진동과 흑석동 등 서울 남부권 대규모 뉴타운이 있는 지역들은 모조리 상한제를 피했다. 흑석동의 경우 흑석3구역이 일반분양 시기를 조율 중이고 흑석9구역도 지난달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안전진단에 나서고 있는 목동 일대 재건축 예정 단지들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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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제외한 투기과열지구 여섯 곳은 아예 상한제 대상에 오르지도 않았다. 경기 과천과 광명, 성남 분당구 등이다. 광명은 강남 못지않게 많은 정비사업이 진행 중인 곳이다. 15개 구역 3만3000여 가구 가운데 5개 구역 1만여 가구는 이미 관리처분계획인가 단계를 넘었다. 2~3년 안에 분양에 나설 곳들이다. 사업시행계획인가 문턱을 넘은 곳도 5개 구역 1만5000여 가구다. 광명동 C공인 대표는 “아침까지만 해도 광명과 과천이 상한제 지역으로 지정될 줄 알았다”면서 “이 분위기를 타고 재개발·재건축이 빨리 진행된다면 가격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해 분양가 규제 회피 시도가 확인될 경우 상한제 적용 지역을 추가로 지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교하지 못한 핀셋식 지정이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생활권이 비슷하거나 연담화된 지역에서 동 단위 규제가 시행되면서 분양가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이는 형평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서울의 경우 초기 단지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 투자심리가 위축될 것”이라면서도 “반대로 지정 대상에서 제외된 과천과 광명 등지에선 풍선효과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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