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대비 투자 였는데…"상가 건물주들 '한숨'

"월 350만~400만원 받는다" 분양…250만원 밑돌아
높은 분양가에 30% 공실, 배후 수요 부족도 걸림돌
위례신도시 중심상권인 위례트랜짓몰에서 오랫동안 공실로 방치되거나 임대료를 반값으로 내려 임차인을 구하는 상가가 늘고 있다. 분양가가 비싸 임대료 수준이 지나치게 높았던 데다 배후수요가 부족해 상가를 사용하려는 임차인이 부족해서다.  배정철  기자

위례신도시 중심상권인 위례트랜짓몰에서 오랫동안 공실로 방치되거나 임대료를 반값으로 내려 임차인을 구하는 상가가 늘고 있다. 분양가가 비싸 임대료 수준이 지나치게 높았던 데다 배후수요가 부족해 상가를 사용하려는 임차인이 부족해서다. 배정철 기자

서울 송파구와 경기 성남·하남시 등에 걸쳐 조성된 위례신도시 상권의 월 임대료가 입점 직후의 반 토막 수준으로 급락했다. 상가 공실이 장기화하자 건물주들이 ‘반값’에 임대를 놓고 있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위례신도시 상가 공실률이 30~40%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임대료 반 토막

"공실 장기화, 더는 못 버틴다"…위례신도시 상가 임대료 절반 '뚝'

9일 성남시 창곡동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위례신도시 핵심상권에 자리잡은 위례 중앙광장 중앙타워의 전용 44㎡ 1층 상가의 현재 임대료는 1년 전 대비 200만원 가까이 하락했다.

이 상가의 분양가는 10억~12억원대였다. 분양업체들은 보증금 1억원에 월 임대료 350만~400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임차인이 나타나기도 전에 막대한 공급물량이 쏟아지면서 임대료가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200만원으로 떨어졌다.

인근 L공인 관계자는 “월세 350만~400만원 사이에서 버티고 있던 소유주들이 5월이 넘어가면서 250만원 이하에 내놓고 있다”며 “공실이 워낙 많아 임대인과 임차인의 갑·을 관계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공실 장기화, 더는 못 버틴다"…위례신도시 상가 임대료 절반 '뚝'

건물주는 투자금의 절반(5억~6억원) 정도를 날린 셈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민경남 KN프로퍼티즈 대표는 “상가 매매가격은 임대료에 연동한다”며 “임대료가 350만원에서 200만~250만원으로 하락하면 매매가격은 적게는 3억원에서 많게는 5억원까지 하락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상가 입지 가운데 명당으로 불리는 1층 코너 자리의 임대료도 힘을 못 쓰긴 마찬가지다. 이런 핵심 상권이라도 월 임대료는 250만~300만원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중앙광장 인근 위례중앙푸르지오상가 전용 46㎡의 월 임대료는 250만원 선이다. 상가전문 김종율 보보스 대표는 “위례 임대료는 삼성을 배후로 둔 동탄의 1층 상가 임대료에 비해 30% 이상 비싼 수준”이라며 “가구 수에 비해 상가 공급이 많아 공실이 늘어나고, 이 높은 공실률은 다시 상가 매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높은 분양가·배후수요 부족 한계

핵심 상권과 조금만 거리가 떨어지면 공실률이 치솟는다. 창곡동 위례중앙광장 인근 주상복합 ‘위례오벨리스크’ 상가 공실은 현재 30% 수준이다. 전체 260여 실의 30% 수준인 80여 실이 공실이다. 이 상가 지하 1층과 지상 2층은 여전히 임대가 나가지 않는 상황이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1층은 그나마 임차인을 구하고 있지만, 지상층은 절반 이상 비어 있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올 2월로 예정됐던 지하철 8호선 우남역 개통이 지체되면서 수정구 복정동 인근 상가의 공실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인근 T공인 관계자는 “전용 36㎡(11평) 점포가 작년 월세 350만~400만원에 거래됐다가 현재는 100만원 이상 하락한 210만원 선에 손바뀜되고 있다”며 “노후대비를 위해 상가를 분양받은 사람들이 큰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높은 평당 분양가’와 ‘배후수요 부족’이 대규모 공실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상가 공급업체들은 전용면적 3.3㎡당 분양가를 초기에 1억원 이상으로 높게 책정했다. 400만~500만원의 월세를 받아야 은행 이자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그 정도 임차료를 지급할 수 있는 업종은 거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상가 공급업체들이 총공급가를 낮추기 위해 지나치게 잘게 쪼개서 상가를 팔고 있다”며 “편의점도 들어오기 힘든 전용 36㎡ 규모의 조그만 점포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다 보니 상권의 메리트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위례신도시 거주자들이 외식 쇼핑 등을 위해 주변 문정·장지지구 등으로 나가 버리는 것도 상권 활성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 상가 개발업체 대표는 “고만고만한 상가밖에 없다 보니 거주자들이 위례신도시 외부에서 주로 쇼핑·여가 활동을 한다”며 “위례에 트램이 들어서는 순간 ‘빨대효과’로 소비자들이 송파·강남 등 큰 상권으로 빠져나가는 역효과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런 침체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 팀장은 “위례와 같은 베드타운에선 거주인구가 충분히 늘어야 중심상권이 형성된다”며 “북위례 입주가 끝나기 전까지 공실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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