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로 재개발·재건축조합들이 혼란을 겪는 가운데 일부 조합원이 남모르게 웃음을 짓고 있다. 주택을 한 채 더 받는 ‘1+1 분양자’들이다. 한 채를 추가로 더 받을 때의 가격이 일반분양가와 연동되다 보니 상한제로 분양가가 내려갈수록 이들에겐 이득이기 때문이다.
재개발 사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서울 동작구 흑석뉴타운 일대.  /한경DB
재개발 사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서울 동작구 흑석뉴타운 일대. /한경DB
“차라리 상한제 걸렸으면…”

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흑석3구역재개발조합은 1+1 분양을 받는 조합원들이 추가로 받는 한 채에 대해선 일반분양가의 95% 가격에 공급하기로 관리처분계획에 명시하고 있다. 일반분양가가 저렴해질수록 2주택을 받는 조합원의 차익도 커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일부 조합원 사이에선 “상한제도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주택을 두 채 분양받는 조합원은 분양가 상한제로 손해볼 게 없어서다.

흑석3구역 주변 신축 아파트 시세는 3.3㎡당 4000만원을 넘는다. 그러나 당장 선분양을 한다면 3.3㎡당 2800만원대에 분양가를 책정해야 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 기준대로 인근 사당3구역 분양가를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양 시기가 늦어져 상한제를 적용받을 경우 분양가는 이보다 내려갈 전망이다. 1+1을 받는 조합원의 차익은 더욱 커진다.

흑석3구역은 철거를 거의 마무리하고도 아직 일반분양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조합장 해임 이후 새 집행부 선출과 관리처분계획 변경 등 조합 내부 일거리가 산적해서다. 이대로 분양이 더 늦어지면 상한제를 정면으로 맞게 될 것이란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가까운 흑석9구역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 이 구역은 일반분양가를 3.3㎡당 4200만원대에 책정해두고 있지만 상한제가 시행되면 2500만원대 안팎까지 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전용면적 59㎡를 받는 조합원이 일반분양가와 연동해 내야 할 금액은 10억원 안팎에서 6억원대로 줄어든다. 한 조합원은 “상한제로 일반분양 수익이 줄어 추가분담금을 내더라도 1+1에서 보는 차익으로 상쇄하고도 남는다”면서 “2주택을 받는 조합원을 중심으로 오히려 상한제가 이득이란 이야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분양가 상한제에 오히려 웃는 '1+1 조합원'
앉아서 돈 버는 ‘1+1 분양’

1+1 분양은 주로 조합원 수 대비 일반분양분이 많은 재개발·재건축에서 채택하는 분양 방식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주택의 전용면적이나 권리가액을 기준으로 조합원들에게 2주택 공급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건축 전 기존 아파트가 전용 150㎡인 조합원은 신축 아파트 전용 84㎡+59㎡(143㎡) 두 채를 받을 수 있는 식이다.

대부분 조합은 기존 주택만 조합원분양가로 공급하고 추가 한 채의 분양가는 일반분양가의 80~95% 선으로 책정하고 있다. 일반분양가가 내려갈수록 1+1 분양자들이 이득을 보는 구조다. 강북 재개발구역인 이문3구역 또한 추가 한 채의 가격을 일반분양가의 95%로 규정하고 있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와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둔촌주공 등 강남권 굵직한 재건축 사업 또한 대부분 1+1 분양을 채택하고 있다.

일부 단지는 상한제 영향을 줄이기 위해 일반분양분을 줄이고 1+1을 늘리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 뜻밖의 수혜를 입는 조합원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둔촌주공의 1+1 분양은 180가구다. 비율은 전체 아파트 조합원분(5924가구)의 3%가량이다. 그러나 일반분양가가 낮아지면 조합 전체의 수익이 줄어드는 만큼 사업성은 나빠진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추가분담금이 발생하면 지분이 큰 조합원들의 부담이 커진다”며 “1+1에서 얻는 차익이 분담금을 상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시기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정부는 10월 초까지 상한제 시행의 단초가 되는 ‘주택법 시행령’을 공포·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시기와 적용 지역은 밝히지 않았다.

■ 1+1 분양이란

재개발·재건축조합원에게 기존 주택을 바꾼 새 아파트 한 채 외에 추가로 한 채를 공급하는 제도. 종전 주택의 전용면적이나 권리가격 범위 안에서 공급한다. 추가로 공급하는 주택은 전용 60㎡ 이하만 가능하고, 소유권 이전고시 이후 3년 안에 전매할 수 없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