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남 재건축단지, HUG 분양가 규제에 '초비상'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난 6일 분양가 상한을 100~105%로 낮추는 내용의 ‘분양가 심사 기준’을 발표하면서 분양을 앞둔 사업장마다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오는 24일 새로운 분양가 심사 기준이 적용되기 전에 서둘러 분양보증 신청에 나서거나 후분양으로 돌아서는 단지도 등장했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초무지개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서초그랑자이 조합은 서둘러 HUG에 분양보증 심사를 신청하기로 했다. 새로운 분양 기준이 적용되는 24일 이전에 분양보증서를 발급받지 못하면 개정된 기준을 적용받는다. 지난 4월 인근에서 분양한 방배그랑자이 분양가의 100% 수준에 맞춰야 한다. 평균 분양가 산정 방식도 가중평균으로 변경해 일부 주택형 분양가를 떨어뜨려 전체 분양가를 낮추는 방법도 사용할 수 없다. 서초무지개아파트 조합장은 “GS건설과 협의해 6월 중순까지 분양승인을 마치고 이달 내 일반분양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 단지는 후분양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 강남권의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건축비와 마감재 등은 매년 가격이 오르는데 분양가를 최대 105%로 제한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정책”이라며 “불가피하게 후분양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HUG는 삼성동 상아2차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라클래시 조합에 4월 분양한 일원동 일원대우 재건축단지인 디에이치포레센트의 분양가(전용 3.3㎡당 4569만원)에 맞춰 분양가를 책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오는 8월 분양 예정이던 대치동 1지구(푸르지오) 조합 관계자도 “분양 연기를 포함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며 “시공사 및 금융권과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 대의원회의를 열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의도동 옛 MBC 부지에 들어설 예정인 주상복합단지도 일단 다음달 오피스텔만 분양하기로 했다. 여의도에서 14년 만에 들어서는 이 단지는 지하 6층~지상 최고 49층 아파트 2개 동 454가구(전용면적 84~133㎡), 오피스텔 1개 동 849실(전용면적 29~59㎡)로 구성된다. 사업 시행자인 신영·GS건설·NH투자증권 컨소시엄은 이미 MBC 부지 철거를 마쳐 다음달 오피스텔과 아파트 분양에 나설 계획이었다.

서울 강남권에 분양을 앞둔 대형 건설사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S건설사 관계자는 “어떤 공사자재가 들어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공택지 고분양가를 잡겠다고 무리하게 재건축 분양가를 낮추고 있다”며 “대단지 아파트와 소단지 아파트의 건설비 차이가 큰데 일률적인 분양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