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들이 적잖은 손실을 보면서도 공공공사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그럴 만한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공공공사 입찰에 필요한 실적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정부는 일정 규모의 실적을 쌓지 않으면 공공 입찰에 참가할 수 없도록 제한한다. 조달청 발주 공사는 5년 내 같은 분야에서 수행한 공공공사 실적이 당해 공사의 세 배 이상이어야 한다. 100억원짜리 공사에 입찰하려면 최근 5년간 300억원 이상의 실적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 토목업체 대표는 “공공공사 실적을 유지해야 향후 입찰 기회가 주어진다”며 “출혈을 감수하면서도 공공공사에 계속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공공사 실적은 기업신용평가 등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상호 대한건설협회 계약제도실 실장은 “신용평가회사들이 수주 잔액과 시장점유율 등을 근거로 신용등급을 매기는데 공공공사 실적이 있어야 훨씬 유리한 등급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등급은 공공공사 입찰에 필요한 요건이기도 하다. 공공공사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들의 재무상태, 기술능력 등을 따질 때 신용등급이 포함되는 까닭이다. 예를 들어 500억원 이상 공사에 입찰하려면 신용등급이 BB+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건설사들이 공공공사를 외면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럼에도 300억원 이상 대규모 공공공사는 건설업체들의 입찰이 줄면서 유찰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최 실장은 “실적과 등급을 위해 웬만하면 공공공사에 뛰어들어야 하지만 대규모 공사는 손실폭이 워낙 커 이제는 건설사들도 꺼리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