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가 한창인 세종시 아파트들. (사진 김하나 기자)
공사가 한창인 세종시 아파트들. (사진 김하나 기자)
"말만 3000가구 넘는 거죠. 일반인들이 당첨되려면 하늘의 별따기 입니다."(고운동 A공인중개사)

세종시에서 대규모 동시 분양을 앞두고 있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공무원들에게만 혜택이 집중되고 있다보니 일반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과열을 막기 위해 '동시분양'을 진행한다지만, 실제로는 '기회 축소'라는 반발도 일고 있다. 특별공급 비중이 높은 세종시에서 무주택에 소득이 낮은 수요자들에게 기회를 늘려주는 게 먼저라는 입장이다.

세종시에서 일반인이 청약을 통해 내 집 마련을 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특별공급과 일반공급이다. 특별공급은 신혼부부, 다자녀, 노부모, 생애최초 등인데 조건이 까다롭다. 일반공급은 배정되는 세대수가 다른 지역에서보다 극히 적게 나온다. 더군다나 전국청약이 가능하다보니 경쟁률은 늘 고공행진이다.

LH와 주택업계에 따르면 세종시 4-2생활권에서는 아파트는 3개 사업장, 5개 단지(BL), 3256가구가 나온다. 이번에는 무주택 서민들이 첫 번째 집으로 적당하다는 전용 59㎡가 포함됐다. 3억원도 안되는 자금으로 세종시에서 내집 마련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별공급으로는 신혼부부나 생애최초 대상자들, 일반공급으로도 예비청약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문제는 '기회는 한번 뿐'이라는 점이다. 오는 24일 모델하우스를 열고 동시에 공급될 예정이다. 쉽게 말해 5개 단지에서 청약을 넣을 수 있는 기회는 단 한번이라는 얘기다. 신중한 청약을 권한다는 측면이 있지만, 문제는 특별공급의 기회까지 틀어막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인들이 가능한 일반공급의 세대는 극히 적은 수준이다. 적은 가구에 전국 단위 청약이 가능하니 수백대 1의 경쟁률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투기·청약과열지구인 세종시는 각종 규제의 기준이 바늘구멍이라 불리는 '일반공급'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단위 : 가구)
(단위 : 가구)
올해 세종시 첫 공급으로 최근 청약을 마친 아파트가 있다. 우미건설의 1-5생활권 H6블록에서 공급하는 ‘세종 린스트라우스’다. 이 단지를 타입별로 보면 7개 주택형으로 나뉜다. △84㎡A 55가구 △84㎡B 87가구△84㎡C 87가구 △101㎡A 131가구△101㎡B 99 △126㎡ 3가구 △168㎡ 3가구 등 465가구로 구성됐다.

이 중 전용 84㎡A형(55가구)을 떼서 보면 이전기관 공무원과 일반인의 접근성이 얼마나 차이나는지 알 수 있다. 일단 배정가구수다. 55가구에서 이전기관에는 27가구, 특별공급으로 25가구, 일반공급 3가구다. 일반공급 3가구 모집에 1000명 접수해 333.33대 1을 기록한 반면, 이전기관 대상에는 1314건이 접수돼 48.66대 1 정도였다. 경쟁률을 단순 비교할 수 없는 이유는 조건부터 달라서다. 이전기관의 경우 세대주, 세대원 구분없이 청약이 가능하고 청약통장도 필요없다. 자산이나 소득요건도 보지 않는다. 세종시 외에 주택소유자도 가능하다.

특별공급에서 경쟁률이 높았던 건 신혼부부다. 11가구 모집에 해당지역에서 94명이 접수했고 기타지역에서 117가구가 접수했다. 해당지역만 보면 8.5대1의 경쟁률이다. 비교적 낮은 경쟁률이라고 여길 수 있겠지만 조건이 까다롭다. 기본적으로 무주택을 유지해야하는데다 혼인기간, 청약통장의 조건도 필요하다. 소득기준과 부동산, 자동차 등의 자산기준도 맞춰야 한다.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주변의 상가와 아파트 전경(사진 김하나 기자)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주변의 상가와 아파트 전경(사진 김하나 기자)
이번에 4-2생활권에서 전용 59㎡가 포함된 단지는 4개다. M1블록에서는 314가구, M4블록에서는 234가구, L1블록와 L2블록에서는 각각 178가구, 131가구다. 총 857가구에 달하지만, 앞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전기관과 특별공급을 제외하면 돌아가는 몫은 50가구 안팎이 되리라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얘기다. 까다로운 조건을 맞춘 특별공급에도 기회는 한번 뿐이다. 성실한 일반공급도 기회는 한 번이다. 세종시에서 전용 59㎡에 청약한다면 주택종합저축 가입기간이 24개월, 월 납임금이 24회 이상인 자가 해당된다.

분양 관계자는 "세종시에서는 일반공급이 적다보니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당연한데, 이를 동시분양으로 숫자를 낮춘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며 "일반공급의 숫자를 낮추기 보다는 배정세대수가 많은 특별공급의 기회를 늘려주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무주택 세대주에게 청약의 우선권을 주도록 하겠다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공무원들의 몫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무주택 세대주에게 기회를 많이 달라는 얘기다. 적어도 7년 만에 세종시 동시분양이 '행정 편의주의' 때문에 시작된 게 아니라면 말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