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헬리오시티(자료 한경DB)
송파 헬리오시티(자료 한경DB)
"제가 헬리오시티 입주하는 건 직장 동료들이 다 압니다. 하루에 전화가 50통씩 오는데 누가 모르겠습니까."

입주중인 서울 송파구 가락동 '송파 헬리오시티'에 개인정보 보호 노출과 허위 매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3일 현지 공인중개사와 입주민들에 따르면 매물로 내놓지 않거나 이미 입주를 한 집주인에게도 지속적으로 문의가 오고 있다. 빗발치는 전화에 사생활 마저 위협받고 있다. 더불어 중개업소들의 과도한 영업으로 허위 매물이 등장할 가능성도 커졌다.

헬리오시티는 9510가구의 대단지로 작년말부터 오는 4월초까지 입주를 진행중이다. 입주로 인해 3만여명의 주민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까지 입주한 가구만도 약 1800가구로 20%가량을 나타내고 있다. 단지가 워낙 대단지다보니 하루에도 이삿짐, 인테리어, 청소 등 관련업체들의 트럭만도 수십여대가 오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헬리오시티의 전용 84㎡ 전셋값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신고일 기준으로 보면 작년 11월에는 전세가가 8억원에 거래됐다. 그러다가 12월에는 7억원대에 체결되기 시작했고, 올들어서는 6억원대로 밀려난 상태다. 입주기간이 도래하면서 자금조달이 급한 집주인들이 낮은 가격에 전세를 내놓고 있어서다. 가족간 거래도 이뤄지면서 1억5000만원짜리 전세거래가 등장하기도 했다.

작년말까지만해도 집주인이 우월했지만, 올해들어서는 세입자가 시장의 주도권을 가지는 분위기다. 공인중개사들은 집주인과 세입자를 매칭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고 있다. 문제는 과도한 영업과 이로인한 허위매물이다. 중개업소들이 집을 구하는 세입자에게 '일단 한번 와보라'고 유도한 다음에 매물을 내놓지도 않은 집주인을 설득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미 입주해 거주하고 있는 집주인들은 전화를 받고 황당할 수 밖에 없다.
이사중인 아파트 (자료 한경DB )
이사중인 아파트 (자료 한경DB )
어렵사리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청약에 당첨돼 입주를 한 A씨 또한 마찬가지다. 생애 첫 집을 마련해 애당초부터 매물에 내놓지 않겠다고 수십번을 얘기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입주를 한 다음 다소 잠잠해지긴했지만 여전히 중개업소들의 전화를 받고 있다.

"작년 10~11월에 가장 심했던 것 같습니다. 막무가내로 전화가 오면서 '집 팔아라', '전세 높게 받아주겠다' 등으로 계속 설득을 하더라구요. 업무전화일까 받으면 중개업소 전화여서 회사에서 얼마나 눈치를 봤는지 모릅니다."

입주를 하기 전이니 그러려니 했지만, 최근 겪은 경우는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이름모를 부동산에서 전화가 와서는 "사장님, 저희 사무실에 전세 구하겠다는 분이 오셨어요. 가격 OO억원이면 될까요? 어려우세요? 어쩌나" 이렇게 혼자 얘기하다가 끊은 경우였다. A씨는 "혼자 연극하는 줄 알았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물건이 있다고 예비 세입자를 유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우는 A씨 뿐만이 아니다. 일찌감치 분양권을 전매한 B씨에게도 전화가 빗발치기는 마찬가지였다. B씨는 헬리오시티를 분양받았지만 집안사정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분양권을 팔았다. 그러나 주변 공인중개업소에게 '전화번호가 남겨져 있는 죄'로 최근에도 전화를 받고 있다.

"예전에 팔았는데 전화가 오더라구요. 어느날은 화가 나서 전화번호 입수 경위를 물었더니 그냥 끊더라구요. '분양권 팔아주겠다'라고 전화하더니 이미 팔았다고 하면 '전세 구해주겠다'라고 말을 바꿉니다. 이제는 아무 상관없는 아파트인데 스트레스도 이런 스트레스가 없습니다."

과도한 영업행위를 하는 공인중개사들도 할말은 있다. 최근 부동산 거래가 전반적으로 침체되면서 중개할 일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헬리오시티같이 입주하는 아파트의 전세거래라도 잡으려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군다나 전세가가 떨어지고 있어 집주인들은 잔금 걱정이 한창이다. 헬리오시티는 입주 만료기간이 지나면 연체금을 내야한다. 잔금에 대한 연체 이자인데, 연체일수에 따라 계산된다. 연체요율은 8~11% 수준으로 알려졌다.

잠실동의 C공인 중개사는 "기존 아파트들은 매매건 전세건 거래가 가라앉아 있다보니 우리도 먹고 살게 없다"며 "입주 아파트의 경우 어차피 거래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달려드는 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