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리즘

시세보다 싼 매물 '해석 분분'
잠실·마포 등서 논란 잇따라
집값 급락에 新유행어…"증여일 것" "조건 달린 매물"

“16억원에 팔렸다고요? 작년 9월 시세가 19억원이 넘는데 설마 누가 그 가격에 팔았겠어요. 가족 간 증여일 겁니다. 안 봐도 뻔해요.”

“일반 급매 맞습니다. 중개업소에서 단골들한테 문자를 돌렸어요. 저도 계약금 넣을지 망설이다 놓친 물건이라 잘 압니다.”

최근 서울 곳곳에서 집값이 작년 9월 고점 대비 3억~5억원 급락한 거래가 나오면서 부동산 투자자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잦다. 일반 급매라는 주장과 가족 간 증여성 거래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지난달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3930가구)’ 전용 76.49㎡가 16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을 놓고도 추측성 소문이 오갔다. 인근 T공인 관계자는 “잠실주공5단지에서 16억5000만원에 팔린 매물은 홍보차 단체 문자를 돌렸는데도 일부 주민 사이에선 증여 거래라는 주장이 일었다”며 “한동안 가격이 오르는 것만 봐온 이들이 가격이 빠지면 특수거래일 것으로 짐작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3885가구)’에서도 증여성 거래 논란이 불거졌다. 이 단지는 최근 전용 59㎡ 매물이 작년 11월 전월 실거래가(12억~12억8000만원)보다 2억원 이상 싼 10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R공인 관계자는 “지상 2층이어서 선호도가 높지 않았던 데다 집주인이 빠른 거래를 원해 매매가격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원칙상 부동산 증여는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등재되지 않는다. 하지만 가족 등 특수관계인 간 ‘증여성 매매 거래’를 했을 경우는 다르다. 작년 집값 급등기에도 서울 주요 입지에서 시세보다 수억원 낮은 가격에 이뤄진 거래가 나온 배경이다.

하지만 서울 집값이 정체기에 들어가면서 시장 양상이 달라졌다. 호가를 낮추는 집주인들이 늘어서다. 잠실동 H공인 대표는 “대단지에선 층과 동·향, 주택형 등에 따라 비슷한 시점에 거래돼도 1억~2억원 가까이 차이 나는 거래가 나온다”며 “매도자별 개인 사정까지 겹치면 기존 거래가보다 훨씬 낮은 호가에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 호가가 급락하면서 ‘조건 달린 매물’이란 새로운 유행어도 등장했다. 선순위 근저당이 있거나 전세기간이 1년으로 제한된 물건이라는 뜻이다. 지난해 가을 전용 84㎡가 8억원까지 호가했던 송파구 헬리오시티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아파트 호가는 입주가 시작된 지난해 말부터 5억원대까지 낮아졌다. 그러자 집주인들이 “정상매물은 대부분 6억원대에 형성돼 있다”며 “악조건이 달린 매물만 5억원대로 낮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포 K공인 관계자는 “중개사들이 급매물이 나와도 집주인들 눈이 무서워 ‘조건 달린 매물’이라고 설명을 붙이며 쉬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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