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아파트 단지 내 임대아파트 취득세를 조합에 징구하던 서울시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이에 불복한 조합들과 진행 중인 행정소송에서 처음으로 패소 사례가 나와서다.

▶본지 7월12일자 A27면 참조

23일 법조계와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왕십리뉴타운3구역재개발조합(‘센트라스’)이 성동구청을 상대로 낸 ‘취득세 등 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재개발할 때 함께 지은 임대아파트(432가구)에 대해 구청이 3억2000만원가량의 세금을 부과했지만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재개발을 할 때는 전체 가구 수나 연면적의 30% 이내 범위에서 임대아파트를 의무로 지어야 한다. 공공의 역할을 분담하는 대신 토지비와 건축비를 받고 이를 서울시에 매각해 재개발 사업 비용에 보태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이 임대아파트를 매각 전 일시적으로 취득하는 과정에서 조합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전까진 조합이 관리처분계획에 따라 취득하는 부동산에 대해 세금을 100% 감면했지만 2016년 개정된 ‘지방세특례제한법’에서 감면율이 85%로 줄었기 때문이다.

개정안에서는 체비지나 보류지로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부동산에 대해선 내년까지 취득세를 면제해주지만, 서울시와 각 구청은 조합들이 관리처분계획을 세울 때 임대아파트를 체비지로 분류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금을 내는 게 맞다고 해석했다. 이 때문에 왕십리3구역 외에도 장위2구역(‘꿈의숲코오롱하늘채’)과 보문3구역(‘보문파크뷰자이’), 옥수13구역(‘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 등은 수억원의 세금을 떠안게 됐다.

몇몇 조합은 이 같은 조치가 부당하다며 조세심판원의 문을 두드렸지만 줄줄이 기각됐다. 미아4구역(‘꿈의숲롯데캐슬’)은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조합이 패소했다.

하지만 왕십리3구역이 제기한 소송에선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방세특례제한법에서 체비지라고 명시한 경우에 한해 취득세 면제 대상을 정하고 있지는 않다며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임대아파트가 체비지에 해당하는 것이 맞다고 봤다. 법원은 “일반분양은 체비지로 보고 취득세를 면제하면서 임대아파트에 대해 면제하지 않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다른 취급을 하는 것”이라며 “재개발사업을 할 때 관련 법령과 조례에 따라 반드시 지어야 하는 데다 공익성이 강한 만큼 오히려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임대아파트 취득세와 관련한 소송 가운데 조합이 이긴 첫 사례다. 돈의문1구역(‘경희궁자이’)과 북아현1-3구역(‘e편한세상신촌’) 등도 같은 문제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김은유 법무법인 강산 대표변호사는 “앞으로 진행될 관련 소송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며 “취득세를 부과받은 조합은 행정소송을 통해 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